“돌아와! 아무것도 위험하지 않아”
세 친구 트림, 마간, 스뉴텐은 숲에서 함께 살아간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구름이 지나가고, 잎이 떨어지는 모든 일이 자기들 뜻대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느 날, 나무들이 하나둘 떠난다. ‘휴가 간다’는 말만 남긴 채. 남겨진 셋은 숲을 정리하며 그 자리에 남는다. 계절은 지나가고, 새는 날아가고, 눈이 내리고, 작은 것들만 남는다. 그러던 어느날, 나무들이 돌아오지만, 모든 것이 처음 같지는 않다. 《숲에서》는 떠남과 기다림, 돌아옴과 어긋남 사이에 놓인 존재들의 이야기다.
“모든 결정은 우리가 해”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정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날씨도, 나무들도, 세상의 흐름은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통제하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있고, 결정한 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계속 찾아온다. 그럼에도 이들은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놓지 않는다.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조용히 자기 삶을 이어간다. 말은 적지만 감정은 흐르고, 서로에게 기대지 않지만 멀어지지도 않는다. 느슨하면서도 단단한 연대. 함께 있음이 굳이 강조되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 이들은 말없이 함께 시간을 견디고, 조용히 옆에 머문다.
“곧 다음 계절이 올 거야”
변화는 설명 없이 찾아온다. 계절이 바뀌고, 하늘은 흐르고, 풍경은 조금씩 달라진다. 나무가 떠나고, 새는 날아가고, 자리를 지키는 존재는 그리움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리워한다고 해서 삶이 멈추지는 않는다. 남겨진 이들은 여전히 낙엽을 쓸고, 드럼통에 불을 지피며 하루를 살아낸다. 감정을 말하지 않지만,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슬픔은 그저 지나가고, 어떤 서운함은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내 회복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돌아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감각.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변화의 방식이다.
말없는 마음, 닫히지 않는 문
“자연과 주인공들과의 공존은, 우리 모두 심호흡을 하며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작은 장소를 발견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 에바 린드스트룀
에바 린드스트룀은 명확한 해답 없이 흔들리는 세계 속에서, 우리가 머물 수 있는 감정의 틈을 그린다. 《숲에서》의 나무들은 걷고, 떠나고, 돌아오며, 세 인물은 그 안에서 기다리고,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간다. 사라질 수 있다는 감각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 《숲에서》는 에바 린드스트룀이 오래도록 그려온 세계의 정수다. 말없는 마음들, 닫히지 않는 공간, 다시 돌아오는 관계들. 그 조용한 흐름 안에서 우리는 한숨 돌리고, 잠시 머물고, 아주 조금의 희망을 품을 수 있다.
202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
수상 작가, 에바 린드스트룀
에바 린드스트룀은 2022년,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ALMA)을 수상했다. 수상 위원회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수께끼 같은 그림책 세계”로 묘사하며, “경쾌한 붓 터치, 단번에 읽히지 않는 문장, 어린이와 어른, 동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들”을 언급했다. 그녀의 책은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직설적으로 묻기보다는, 그 질문이 잠긴 세계 안에 머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은 2002년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국제 아동청소년문학상으로, 매년 작가의 전작과 창작 태도를 함께 평가하여 선정한다. 단일 작품이 아닌 오랜 작업의 축적을 기준으로 하며, 상상력, 인간성, 문학적 실험성 등을 주요 가치로 삼는다. 린드스트룀은 수십 년에 걸쳐 독자적인 방식으로 어린이성과 삶의 감각을 탐색해왔고, 이 상은 그 작업을 하나의 방식으로 정리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