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등이라고!’
카누 대회가 이렇게 엉망일 수도 있다고요?
카누는 본래 여러 민족이 생존과 이동을 위해 사용했던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탐험과 레저로 활용되었고, 오늘날에는 속도와 기술, 협동을 겨루는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카누 대회가 열리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요. 《노오올라운 카누 대회》는 이처럼 진지하고 열정 넘치는 스포츠의 세계를 유쾌한 소동극으로 재해석해 보여줍니다. 대회 날 가족, 친구, 연인들이 소풍을 즐기듯 풀밭에 앉아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출발선에 선 선수들은 팽팽한 긴장 속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관중들은 각자 응원하는 팀을 외칩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선수들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고, 모두의 시선은 단 하나, 누가 1등일까에 집중됩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온갖 편법을 동원하며 경쟁의 민낯을 드러내고, 그러던 중 한 낚시꾼의 낚싯바늘에 달린 작은 미끼 하나로 엄청난 사고가 터지고 맙니다. 카누는 뒤집히고, 선수들은 물에 빠지고, 멀쩡한 카누 한 대에 우르를 몰려들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심판도 관중도 누가 우승자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이 모습을 통해 이기는 것이 전부일까? 라는 질문을 유쾌하게 던지며 경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궁금해, 궁금해, 더 궁금해’
물속에서 카누 대회의 진실을 보다
카누 대회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소피아입니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소피아는 생일 선물로 받은 스노클링 마스크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모두가 대회에 열광하며 환호를 보내는 동안, 소피아는 혼자 조용히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물 위에서는 정정당당한 승부처럼 보이던 카누 대회가 물속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오리발을 끼고 노를 젓는 선수, 잠수정과 기계 다리로 움직이는 카누, 심지어 스쿠버 다이버와 물고기들이 카누를 끌고 가기도 합니다. 대회가 엉망진창이 된 진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온갖 반칙이 난무하는 현장을 목격한 소피아뿐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카누 대회 구경을 놓친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순간을 본 것이지요. 《노오올라운 카누 대회》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피아의 시선을 통해 보여줍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다른 곳을 보는 용기, 그 속에서 진짜를 발견하는 즐거움과 주목받는 자리에 있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것을 전합니다.
‘볼수록 웃음이 터지고 생각이 번쩍이는 이야기’
프랑스 아동·청소년 문학상 ‘앵코륍티블’ 선정 작가의 유쾌한 카누 대회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작가 마리 도를레앙의 최신작 《노오올라운 카누 대회》는 프랑스 어린이들이 직접 뽑는 ‘앵코륍티블’ 아동·청소년 문학상(2025~2026)에 선정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각 장면의 그림은 마치 물이 화면 밖으로 튈 듯한 생생함과 유쾌한 에너지를 담고 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독자를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대회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몰입의 세계로 이끕니다.
경쾌한 출발과 함께 물보라를 일으키며 선수들이 나아갑니다. 하지만 서로 다투거나, 카누에 구멍을 낸 토끼 때문에 탈락하는 등 예측불허의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물속을 노니는 한가로운 물고기들에게도 번호표가 달려 있는 설정까지 장면마다 유머와 상상력이 가득합니다. 결정적인 사고는 대회와는 상관없어 보이던 낚시꾼이 낚싯대를 던지는 순간 벌어집니다. 카누를 끌고 가던 물고기들이 지렁이를 두고 다투다 대회는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됩니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만든 혼란에 곤란을 겪고 우승은 결국 쪼개진 메달이라는 아이러니로 끝납니다. 작가는 마지막까지 유머를 놓지 않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낚시꾼의 바구니에는 카누를 끌던 물고기들이 가득 담겨 있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다채로운 색감과 세심한 디테일은 장면 하나하나를 오래 들여다보게 만들며 곳곳에 숨어 있는 유머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웃음과 여운을 남깁니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노오올라운 카누 대회》의 유쾌한 상상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