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며칠 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그동안 하늘은 저 높고 광대한 은신처에 숨겨두었던 푸른 하늘빛을 다시 펼쳐 보인다.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서니 푸른 빛을 머금고 웃고 있는 나를 본다. 내 나이 중년이 훌쩍 넘었다.
누구나 살면서 긴장과 불안으로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결혼은 했지만, 다른 이가 결혼에 관한 선택을 물어보면 편안하게 말하지 못할 것 같다. 결국 결혼으로 ‘행복할까? 불행할까?’ ‘사랑할 수 있을까? 없을까?’ 많은 의문을 남긴다.
지인의 소개로 ‘윤정 신경정신분석연구소’ 부설기관인 ‘정신분석치료과정’에 입문하게 되었고 임상연구원으로 5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그곳에서 정신분석치료와 인성교육 수업을 받던 어느 날 선생님이 “결혼이라는 굴레에 깃들어 있는 다양한 삶의 고민을 책으로 엮어보면,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신뢰를 갖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말씀하셨다. 오랜 고민 끝에 미래의 가정과 결혼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책을 쓰기로 했다.
글을 써 내려 가면서 글의 의미대로 살지 못한 부분이 많아 나에게 미안해하면서 서술하게 되었다. 결혼이란? 삶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인 동시에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운명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잘못하면 서로에게 평생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 상처로 인해 또 상처를 반복하는 내담자를 보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결혼하려는 분, 결혼하여 살아오신 분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고민할 수 있도록 책의 목차를 선정하고 싶었다.
목차도 간략하게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게 꾸며 보았다. 음악을 전공한 나는 소나타 형식을 빌려 구성하게 되었다. 결혼소나타는 총 4악장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사계四季 형식을 문학적으로 구성하여 인생 여정을 들려주고 싶었다. 하나의 악장에 네 가지로 분류하여 다양한 결혼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다.
세부적인 구성으로는 들려오다 - 보여지다 - 바라보다 - 살아가다 - 살아지다 - 느낌하나로 분류하면서, 정신분석의 삶을 치료적 단계로 서술하려고 노력하였다. ‘들려오다’는 오늘날 주변에 들려오는 구체적인 현실을 담은 이야기들이다. ‘보여지다’는 말하는 사람이 살아온 자신의 삶을 회상해 본다.
‘바라보다’는 정신분석적인 삶의 의미에서 새롭게 삶을 선택하려는 의지의 성찰이다. ‘살아가다’는 스스로 살아내는 실천의 삶을 문학적 은유로 다가서고자 노력했다. ‘살아지다’는 철학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새로운 존재의 가치를 연주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느낌하나’는 가슴에 각인된 명료한 자신의 고백이다.
마지막으로 목차를 구성하여 1년 가까이 지도하고 감수하여 주신 윤정 선생님께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에 머물러 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께 감사와 영광을 드리고 싶다.
오늘도 내 기억 속에서 내 삶을 이끌어 가시고 있다. 그 은혜 잊지 않고 남은 생을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는 고백서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나의 사랑하는 자녀(현정, 현진, 동현)에게 삶의 지침서가 되길 원한다.
창밖을 보니 구름은 나의 존재를 모르는 채 하늘을 흘러간다. 나도 먼 훗날 죽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소망한다. 나중에 이 책이 흘러가는 구름과 죽음마저도 삶 속에서 사랑받았으면 한다. ‘너무 환상적일까?’ 그러면서도 이 책이 독자의 일상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2025년 4월에 강인경 쓰다
지도 감수의 辯
벌써 37권의 책을 만지작거렸다. 책을 쓰면서 정신분석치료는 내 삶이 되었다. 항상 책을 쓰면서 나에게 묻고 답한다. 그 순간 나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독백과 감사의 기도를 배우게 된다. 정신분석치료라는 외길을 걸어오면서 30년 가까운 기억이 돋아난다. 그동안 3,000명 정도의 환자와 100명 정도의 제자를 만나고 헤어졌다. 나에게 그분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특히, 윤정나봄신경정신분석연구소 부설기관인 인성정신분석아카데미는 내 삶의 버팀목인 동시에 삶의 보람을 느끼는 현장이다. 교수, 의사, 교사, 배우, 작가 등 .... 다양한 분들이 다녀갔다. 그중에서 이번 책을 출간한 강인경 작가는 특별한 인상을 남긴 제자 중에 한 분이다.
결혼이라는 책을 쓴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감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이 작가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결혼과 출산, 양육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희망을 보여준다면 위로가 될 것 같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혼하여 살고 있는 분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생각하면서 삶을 해결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었으면 한다.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책을 출간하기까지 고생하신 강인경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책으로 독자에게 아름다운 삶의 일상을 만나길 기대해 본다.
정신분석가 윤정
후문
결혼은
아직 내 삶 속에 행복하다고 선언할 수 없다.
사랑은
아직 내 삶 속에서 성숙하지 못하다.
행복은
아직 내 삶 속에 노래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쓰면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의지를 찾을 수 있었다. 나에게 다양한 학문을 가르치면서 묻기도 하시고, 깊은 사유를 이끌어주신 선생님의 열정에 존경을 드립니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살지 못한 삶도 느껴져 힘들었다. 책을 출간하면서 나에게 나를 보는 거울 하나가 생겨 나에게 고마워집니다.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결혼으로 고민하시는 분, 결혼하여 살아가시는 분, 모두가 삶 속에서 힘찬 응원의 박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들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5년 4월 7일 강 인경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