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론과 비결정론, 절대주의와 상대주의, 수학적 비례와 감각적 조합까지철학이 건축의 기준이었던 그 순간을 읽다
건축이 단순한 기술이나 양식의 집합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결정체다. 파르테논 신전부터 시애틀 도서관까지, 이 책이 따라가는 열 개의 건축물은 각각의 시대와 철학을 품고 있다. 단지 돌과 벽돌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했는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인식의 구조물이다.
저자는 말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라는 두 철학자가 건축의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교차하며 등장한다고. 그에 따르면 2천5백 년 전의 사유가 여전히 현대 건축가들의 손끝에서 살아 움직인다. 결정론과 비결정론, 절대주의와 상대주의, 수학적 비례와 감각적 조합-이 모든 것들이 철학서가 아니라 건축 도면과 공간 안에서 실현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건축을 ‘양식’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 책은 묻는다. 누구의 시선으로 그 양식을 보았는가? 현대인이 보는 파르테논과 고대 아테네인이 본 파르테논은 다르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경험과 철학, 그리고 시대의 문화에 깃들어 있다. 이 책은 건축을 시대의 색안경으로 읽어내는 시도를 한다. 그 시도는 어느새 우리의 감각에도 작용하기 시작한다.
책을 덮고 나면 일상에서 마주치는 건축이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그 안에 시대의 질문, 삶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 철학적인 다양한 선택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르네상스가 바로크로 넘어가는 순간, 플라톤에서 아리스토텔레스로 바뀌는 전환점-이 모든 것이 건축이라는 공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건축으로 미학하기』는 건축을 공부한 이들이 아니더라도, 사유하는 미학, 형태 너머의 많은 생각들, 그 공간이 지닌 가치와 철학을 알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아름다움이라 부르는 것이 무엇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묻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