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문화 산업계에서 AI와 인간이 상생하려면,
AI와 디지털 플랫폼의 양면성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 ‘어떻게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할 것인가’
▷ ‘어떻게 인공지능의 영향을 최소화할 것인가’
AI가 문화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우리의 선택, 행동 그리고 상상력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 콘텐츠 생산 도구를 제공할 수 있지만, 문제는 문화 생산에서 AI의 관여가 다양성과 창의성의 부족을 분명하게 암시한다는 것이다. 영화와 음악에서 이미 여러 사례가 입증되었듯이, AI가 주도하는 문화 콘텐츠 생산은 새로운 형태의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했고, 좋아할 것 같은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AI는 과거 사람들이 즐겼던 비슷한 영화와 음악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AI는 목소리의 다양성이 결여되어 문화 민주주의를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저널리즘에서는 AI가 만든 가짜 뉴스가 큰 문제다. 또한 AI의 핵심인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은 대부분 서구 기반의 몇몇 플랫폼과 거대 미디어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차이는 글로벌 정보 격차를 심화시켜 AI 분열을 초래했다. 이처럼 이 책은 AI와 디지털 플랫폼의 양면성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AI와 인간의 관계 정립을 강조한다. 그 양면성을 고려할 때, 문화·미디어 산업계는 ‘어떻게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할 것인가’와 ‘어떻게 인공지능의 영향을 최소화할 것인가’를 동시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단순히 미디어와 문화에서 증가하는 AI의 역할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인간 중심의 AI 생태계 조성을 개발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 생산에서 인간의 생각, 느낌 그리고 인간의 전문성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 AI 정책과 반(反)신자유주의의 경향성 증가
▷ AI 시대, 인간 중심 규범의 필요성
다른 주요 산업과 달리, 미디어와 문화는 인간과 그들의 창의성 없이는 번창할 수 없다. 문화는 일방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 대신 인간의 상호작용,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 인간과 문화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창의력, 감정, 느낌, 의견 등 인간의 구성 요소들 없이는 대중문화의 진정한 의미를 성취할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AI와 협력해 도덕성 및 인간의 감정과 느낌을 포함시켜야 기술적 기능성과 휴머니즘적 가치를 대중문화에 모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AI와 디지털 플랫폼은 현대의 문화 생산에서 생산자-소비자를 잇는 매개자 역할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미디어와 대중문화 영역에서 AI와 디지털 플랫폼을 중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이다. 이때 공공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 AI 시대의 문화 정책은 인간과 AI의 협력적이고 긴밀한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정부도 AI를 보유한 자와 AI를 보유하지 않은 자의 비대칭 권력관계를 해소하는 한편, 공정성과 정의를 선진화하기 위하여 법적·윤리적 차원 등에서 문화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때, 지식재산권의 문제부터 인간됨의 본성까지 제대로 된 제도와 규범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AI와 디지털 플랫폼의 부상에서 흥미로운 점은, 민족국가의 주도적 역할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과 달리 글로벌 노스와 글로벌 사우스의 세계 각국 정부는 AI 분야에 대한 참여를 확대했다. 일부 국가 및 신흥 경제국들은 산업 생산성 및 정부 효율성을 개선하고 선진화된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AI 번영을 위해 AI 정책 선진화에 주력해 왔다. 전 세계 각국 정부는 AI를 민간 부문에만 맡겨두기보다는 정부가 지원해야 할 가장 중요한 첨단기술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즉, 신자유주의 규범은 인간을 배려하지 않고 단순히 기업의 금전적 이익만 챙겼는데, AI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연계해 인간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반(反)신자유주의 성향을 키울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이 책은 매우 흥미롭게 지적한다.
따로 또 같이, AI와 디지털 플랫폼이 만든 새로운 표준
홈시어터보다는 넷플릭스를 선호하고, 집 전화보다는 스마트폰을 좋아하면서 21세기 초반 사람들은 소비에서 문화의 개인화를 깊이 발전시켰다. AI 시대에 문화의 개인화에 대한 또 다른 중요한 관점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인 소위 네트워크 사회와의 모순된 성격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OTT 플랫폼이 지능형 네트워크로서 문화 공동체를 촉진한 것이 아니라 문화의 개인화를 앞당겼다는 점이다. 플랫폼 이용자들은 대중문화를 즐기기 위해 각자 플랫폼을 이용하므로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는 분명히 개인문화를 촉진하고 또 개개인의 자율성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네트워크 사회, 그렇지만 때론 개인화되기도 하고 문화적이기도 한 세상에서 AI와 디지털 플랫폼이 양날의 검임은 분명하다. AI와 디지털 플랫폼이 가져온 플랫폼 이용자들의 개인화는 취향에 따라 또다시 개인을 나누는 듯 보이지만, 플랫폼 이용자들 역시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자 커뮤니티나 모임을 만들면서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는 네트워크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분리된 듯 연결된 AI와 디지털 플랫폼의 융합을 바라보는 관점은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플랫폼은 중립적이지 않기에
디지털 플랫폼은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상업적·문화적 측면에서도 이해해야 한다. 미디어 대기업이자 첨단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 이용자들의 일상적 이용을 이윤으로의 전환을 위해 이용자가 플랫폼을 더 많이, 더 자주 이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실존적인 질문 중 하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가짜 뉴스, 허위 정보, 잘못된 정보 및 온라인상의 속임수의 증가에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포착되어 결국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궁극적인 도구’로 작용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무엇보다 ‘기술적 과정의 핵심은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이라는 인간의 과정’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사회문화적 부정적 요소를 다루면서 문화 생산의 질을 크게 발전시키기 위해 ‘AI와 디지털 플랫폼의 지원을 받는’ 진정한 행위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