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 버거울 때, 자연이 건네는 위로 한 조각
- 도시를 등지고 흙을 일구며 깨달은 인생의 진심
조홍열의 수필집 『얼치기 자연인 각설』은 도시와 문명 속에서 살아온 한 인간이 자연과 전원의 품으로 돌아가 일구어낸 삶의 풍경을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글쓴이는 공직에서 은퇴한 이후 안성이라는 시골 마을에 터를 잡고, 스스로를 “얼치기 자연인”이라 칭하며 농사와 집짓기, 산책과 사색 속에 삶의 진실한 기쁨을 찾아간다. 작품 전체는 그가 자연과 맺은 관계, 가족과 이웃과의 인연, 그리고 노년의 성찰과 내면 풍경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며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첫 장을 펼치면 글쓴이의 삶의 전환점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도시의 편리함을 떠나 불편함마저 반가운 산중 생활을 자처하며, 글쓴이는 고된 노동과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자연의 결실에 감사를 느낀다. 그런 모습은 단순한 귀촌자의 낭만을 넘어, 생태적 감수성과 공동체적 태도,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한 수용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는 산속 까치 무리의 지혜, 두더지나 고라니와의 공존, 복숭아나무를 둘러싼 이웃과의 갈등 등을 통해 ‘자연과의 조율’이라는 넓은 주제를 풀어낸다.
『얼치기 자연인 각설』은 은퇴 이후의 삶이 단순한 여유가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열정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 책은 자연을 닮아가는 한 인간의 조용한 고백이며, 사라져가는 ‘촌스러움’ 속에서 되찾은 인간다움의 기록이다. 기교 없이 진심으로 써 내려간 문장은 독자에게 자연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곱씹게 만든다. 수필집의 말미에서 그는 “내 열정을 펼칠 곳”이 안성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자연을 삶의 반려로 삼아 살아가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선언이며, 『얼치기 자연인 각설』은 그 선언의 충실한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