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희 시인의 시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유기적으로 공존한다. 그는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순간들을 예민하게 포착해 시적 언어로 전환하는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 이러한 감수성은 그의 전 작품에 걸쳐 일관되게 드러나며, 시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삶의 새로운 의미가 발현된다.
문학의 여러 장르 중 시는 가장 농축된 형태로 인간의 사유와 감정을 담아낸다. 박윤희 시인은 이러한 시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대상과의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섬세한 미적 긴장을 형성한다. 그의 시는 언어의 밀도와 여백 사이에서 조율되는 정서와 사유의 미학을 보여주며, 독자는 그 고유한 시적 세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끌린다.
이러한 시인의 시적 태도는 시집 『콧구멍 카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제1부 ‘콧구멍 카페’, 제2부 ‘발길 닿는 대로’, 제3부 ‘기도’, 제4부 ‘아방가르드’로 구성된 이 시집은 각 부가 독립적인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를 이룬다. 정교하게 짜인 구성은 마치 정제된 건축물처럼 치밀하며, 시인의 내면세계와 시적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적절한 틀을 제공한다.
형식 면에서도 시집은 풍부한 변주를 보여준다. 일부 시는 전통적인 4행시의 틀을 따르며 운율과 리듬의 미학을 드러내고, 또 일부는 자유시 형식을 통해 감정을 보다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형식적 다양성은 각 시의 주제나 정서에 따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독자로 하여금 감정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시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강렬한 감정을 담은 시편들에서는 짧은 문장과 반복적인 구문이 긴박감을 자아내며, 독자가 시인의 내면에 깊이 공감하도록 돕는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시집은 주제별로 정돈되어 있어, 특정한 감정이나 경험을 중심으로 시를 탐색하기에 용이하다. 각 부는 고요함에서 격정으로, 연민에서 희망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정서의 스펙트럼을 제시하며, 독자는 이를 따라가며 감정의 여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구성은 시인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함과 동시에 몰입감을 한층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