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인물의 삶을 당시의 사회 구조, 역사적 사건 속에서 다시 살펴보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셀럽병사의 비밀》은 여기에 한 가지 요소가 더 추가되었다. 바로 ‘질병’이다. 질병을 추가했을 뿐인데, 인물과 역사의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확장된다.
독살되었다는 의심이 계속되어온 나폴레옹에게서 실제로 중독의 증거가 나오지만, 그의 삶을 파헤치다 보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정작 독이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에 이르게 된다. 21세기에 들어와 변비가 사인으로 밝혀지며 세상을 다시 한번 떠들썩하게 했던 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 그가 변비라는 질환을 앓기까지 어떤 일들을 겪었고,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그를 어디로 몰고 갔는지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화려함의 이면에 감춰진 안타까운 삶이 보인다. 한편 지금은 페미닌룩으로 알려진 샤넬의 패션이 그 당시에는 여성 해방의 상징이었음을 샤넬의 삶 속에서 깨닫게 된다. 파킨슨병과 나치의 패망으로 인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히틀러조차도, 그 파킨슨병을 악화시키고 또 나치가 패망할 수밖에 없게 만든,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접하는 순간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 인물에 질병을 더했더니 전혀 새로운 역사가 보인다
《셀럽병사의 비밀》은 유명인의 생로병사를 다루면서 그 시절의 역사적 사건과 사회 풍조, 의학의 발전사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서 소개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다 보니 구성 또한 기존의 책들과 차별화된다. 먼저 비밀스러운 에피소드를 맨 앞에 배치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주인공인 셀럽의 삶과 죽음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면서 감춰진 비밀을 추적한다. 그들의 인생을 바꾸고, 절망으로 몰아넣고, 마지막에는 죽음에 이르게 한 질병들 살펴볼 때는 해당 질병의 역사, 증상, 원인, 치료법의 현황 등도 함께 살펴봄으로써 건강 정보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킨다.
어떤 유명인사들의 죽음은 명백한 사실임에도 대중에게는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풍선처럼 부풀어 미스터리가 된다. 독살설이 끊이지 않는 역대 왕들이나 독재자들, 여전히 살아있다는 풍문이 사그라들지 않는 스타들, 정확한 사망 원인이 공개되지 않은 유명인들까지, 소문은 점점 구체화되어서 전혀 다른 가십 거리가 된다.
《셀럽병사의 비밀》은 그런 불분명하고 때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도 버리지 않고 모두 담아서 소문의 근원을 파헤쳐봄으로써 진실에 다가간다. 특히 그 흐름을 독자들이 단순하게 따라가는 수동적 읽기에서 벗어나 직접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곳곳에 퀴즈를 배치했다.
일제는 스페인 독감의 전파를 막기 위해 { }에 포상금을 걸었다.
마타 하리의 운명을 바꾼 건 신문 속 { }다.
고종이 쓰러진 건 { }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루이 14세는 { }가 달린 의자에서 생활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유명인사들의 처음 보는 새로운 모습은 새로운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한다. 책을 읽으면서 숨은 힌트를 찾아 문제에 대한 해답에 다다르는 동안 독자들은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타인의 생로병사에서 깨닫는 우리 삶의 중요한 것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보면 새삼스럽지만, 건강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다. 밤잠을 줄여가며 일하고, 유명인으로서 노출된 삶을 살아야 하는 데서 오는 긴장감과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인한 고혈압, 당뇨, 치질, 통풍 등은 셀럽들의 공통적인 병이었다. 그리고 이런 질병들은 비단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가 흔하게 겪고 있는 난치병이며 만성질환이다. 이 책의 원작인 KBS〈셀럽병사의 비밀〉 프로그램을 기획한 전수영 책임프로듀서에 의하면 세상에서 인류가 정복한 전염병은 오직 한 가지 천연두뿐이다. 아직도 많은 질병들이 인류를 괴롭히고 있으며,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 전수영 프로듀서는 과거에 죽은 사람들의 생로병사를 살펴봄으로써 현재 산 사람들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이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의 등장인물인 셀럽들의 이야기가 질병의 정체에 이르게 되면 단지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전수영 프로듀서는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의학과 역사, 셀럽들의 질병과 죽음을 정통 다큐멘터리로 접근하지 말고, 조금은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나가자는 의도를 담았다고 말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깊이 있는 의학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함으로써 재미와 정보의 균형감을 갖추고자 했고, 그것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장점은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열 명의 주인공의 팬들, 그리고 건강 정보에 관심 있는 독자들까지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