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세월을 넘어 생생하게 부활한 역사의 기록, 《북몽쇄언》 세계 최초 완역!
《북몽쇄언(北夢瑣言)》은 "몽택(夢澤) 북쪽에서 기록한 자질구레한 이야기"라는 겸손한 제목과 달리, 당나라 말부터 오대십국을 거쳐 북송 초에 이르는 격동기의 중국사를 생생하게 담아낸 귀중한 역사서다. 문인 손광헌(孫光憲)이 직접 보고 듣고 수집한 399조의 방대한 이야기는 당시의 정치적 격변, 문인들의 풍류와 고뇌, 그리고 생생한 사회 풍속까지 아우르며 1000년 전의 세상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이 책은 단순한 일화집을 넘어선 깊이 있는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구오대사(舊五代史)》, 사마광(司馬光)의 《자치통감고이(資治通鑑考異)》, 구양수(歐陽修)의 《신오대사(新五代史)》 등 정통 역사서들이 《북몽쇄언》의 기록을 인용하며 그 신뢰성을 입증했다. 또한 당나라와 오대의 유명 문인들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작품 배경을 알려 주는 문학사적 보고(寶庫)이기도 하며, 후대 소설과 희곡 창작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현존하는 20권본에 실리지 않은 90조의 귀중한 일문(逸文)을 《태평광기(太平廣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사라질 뻔했던 역사의 조각들을 복원하는 데 기여한다.
손광헌은 단순한 기록자를 넘어, 날카로운 관찰자이자 비판자였다. 그는 환관의 전횡, 과거 부정, 관리들의 부패와 같은 사회 부조리를 가감 없이 폭로하며 후세에 경계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그의 "보광자왈(葆光子曰)"이라는 평어는 사건의 이면을 꿰뚫는 통찰을 보여 주며,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게 하는 힘을 지닌다.
이번에 선보이는 《북몽쇄언》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최초의 완역본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대중적 의미가 매우 크다. 옮긴이 김장환 교수는 청대 《운자재감총서(雲自在龕叢書)》본을 저본으로 해서 본문 20권 327조와 《태평광기》에서 집록한 일문 4권 90조, 그리고 저본에 실리지 않은 일문보(逸文補) 1조까지 충실히 번역하고 상세한 주석과 교감을 더했다. 또한 역대 서지 기록과 서문, 발문 등을 부록으로 실어 독자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자얼창(賈二强)의 교점본을 주요 참고 자료로 활용해 학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혼란과 변화의 시대를 기록한 이 귀중한 문헌을 통해, 독자들은 과거의 지혜를 배우고 현재를 살아가는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