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수수께끼 같은 순수한 감정.
사랑의 권력 관계를 들여다보다
『첫사랑』은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한 청년의 첫사랑과 사랑의 권력 관계를 다룬다. 이야기는 중년이 된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가 친구들과 함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열여섯 청년 블라디미르는 가족과 함께 시골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 별장의 곁채로 이사 온 자세키나 공작부인과 그의 딸 지나이다를 우연히 본 블라디미르는 첫눈에 지나이다에게 반하고 만다. 매력적인 귀족 처녀 지나이다, 그녀는 늘 구애하는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지나이다는 개방적인 태도로 구애하는 남성들을 놀리면서 애태운다. 지나이다는 의도적으로 남성들을 아프게 하고 정신적으로 괴롭히면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남성들의 감정을 이용해 그들을 조종한다. 지나이다는 블라디미르에게 친절하게 대하긴 하지만 어떤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지는 않는다. 남성들은 그런 지나이다의 관심을 얻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한다. 자신에게 구애하는 남성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지나이다는 과연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될까?
『첫사랑』은 19세기 문학 작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여성 캐릭터, 지나이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자는 남성인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지나이다다. 『첫사랑』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사랑에 빠져있는 설정이라는 점이다. 사랑에 빠진 등장인물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사랑의 다양한 표상을 보여준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문장들을 읽을수록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사랑은 왜 이토록 단순하지 않은가? 도대체 사랑은 무엇인가?
짝사랑, 감정과 이성 사이 그 어딘가에서 붙잡지 못한 사랑.
사랑의 상실과 후회를 그리다
『짝사랑』은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자라나는 과정은 잘 표현하지 않은 독특한 이야기이다. 이제 스물다섯 살이 된 러시아 귀족 청년인 나는 세상을 둘러보고 싶어 자유롭게 여행을 떠난다. 이렇다 할 목적도, 아무런 계획도 없이 여행하다가 라인강 왼편 기슭에 있는 Z라는 작은 도시에 머무르게 된다. 일부러 러시아 여행자들을 피해 다녔던 화자는 온화한 눈과 상냥한 얼굴인 가긴과 그의 여동생 아샤와 함께 우연히 걷게 된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눈 나는 가긴과 아샤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아샤는 러시아 귀족 아가씨들과는 달리 자유롭고 열정적인 영혼을 지닌 열일곱 살 소녀이다. 아샤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아샤가 가긴의 아버지와 하녀 사이에서 태어난 이복 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나는 아샤를 더 알게 된다. 아샤 내면의 불안, 서툰 자기 처신, 잘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남다른 행동과 말을 하지만, 순수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소녀라는 것을.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날, 아샤가 나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나는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해 망설인다. 아샤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안 가긴은 이복 동생을 데리고 Z 도시를 떠나기로 한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알지 못하던 나는 아샤가 떠난 뒤에야 그녀를 향한 사랑을 깨닫는다. 나는 아샤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샤가 감정이라면, 나는 이성이라고 빗댈 수 있다. 우리는 감정과 이성 사이 그 어딘가에서 헤매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는 결단력과 용기가 부족한 것을 평생 자신의 약점으로 꼽았다고 한다. 사십 년 동안 짝사랑을 이어간 투르게네프는 사랑을 제때 고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누구보다도 더 깊이 알고 있지 않았을까? 이토록 솔직한 사랑 소설은 어쩌면 더는 없을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진 이들, 사랑에 빠지지 않은 이들 모두에게 『첫사랑, 짝사랑』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