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가장 작은 자리에서 신앙을 세워 가신다.
나의 신앙의 자리도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상의 순간이었지만,
돌아보면 주님이 허락하신 자리였다.”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조직신학 교수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오랫동안 목회를 해온 목회자이자 신학자로서, ‘삶과 신학’이 서로를 향해 자라가야 한다는 믿음을 지녀 왔다. 이러한 저자의 믿음이 빚어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신앙의 자리』다.
“신앙의 자리”라는 제목은 신앙이 실제 뿌리내리는 자리가 어디인가를 묻는 말이다. 본래 기독교 신학 전통에는 ‘신학의 자리’(loci theologici)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신학의 주요 주제들이 머무는 장소를 뜻한다. 저자는 이런 신학의 자리들이 형성되기 이전에 각 신학자들에게 ‘신앙의 자리’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신학이 책상이나 강단 위가 아니라, 우리가 걸어온 삶의 자리, 낮아졌던 순간, 실패와 갈망의 시간 속에서 먼저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일터, 가난, 바닥, 한계, 거울, 빈들, 선택, 갈망, 지혜, 나무, 흔적, 만족, 꽃길인 줄 알았던 가시밭길, 연단, 씨앗, 환대 등이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피어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앙의 자리』는 저자가 그런 자리들을 통과하며 길어 올린 열여섯 편의 신학적 성찰과 신앙의 고백들을 담고 있으며, 때로는 실패와 아픔이, 때로는 뜻밖의 위로가 찾아온 자리야말로 하나님이 만나 주신 자리였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글들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머리로 쓴 신학’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겪어낸 살아낸 신학’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공동선을 주제로 책을 써온 저자였기에, 독자들은 『신앙의 자리』가 조금 결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이 개인적인 신앙 에세이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사실 공동선이라는 주제의 ‘영적 뿌리’를 다루고 있다. 이전의 책들이 공공신학의 언어로 사회와 교회와 성경을 성찰했다면, 『신앙의 자리』는 그 공동선이 자라나는 믿음의 토양과 내면의 신학을 되짚는다.
저자는 그간의 목회 경험과 신학교 교수로 보낸 시간들이 또 한계와 고통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다시 붙잡는 과정을 통해 체득한 신앙의 통찰들이 결국은 ‘하나님 나라’의 공적 삶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했고, 그 경험들은 고스란히 이 책에 녹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신앙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모든 이를 위한 글이다. 저자는 특히 ‘나는 어째서 이 자리에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품은 이들, 인생의 한가운데서 신앙을 새롭게 붙들려는 이들에게 이 책이 조용한 동행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글을 썼다.
“언뜻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자리”, 즉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찾는 우리 모두가 이 책을 통해 자기만의 ‘신앙의 자리’를 돌아보기를, 우리가 가장 낮아졌던 그 자리야말로 하나님의 은총이 머물던 자리였음을 함께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