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사랑의 잔상
감정의 심해를 유영하는 연대기
『초현실파 낭만주의』는 사랑과 이별,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청춘의 감정을 ‘에피소드’라는 구성으로 엮은 시집이다. 저자는 자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감정들을 단순히 흘려보내지 않고, 반복적으로 직면하고 언어화함으로써 시라는 형식 안에 정교하게 가둔다.
시집은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와 두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시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르듯 유기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감정의 진폭을 고스란히 담은 시편들은 연애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그 관계 안에서 변화해 가는 자아의 움직임을 따라가게 만든다.
특히 ‘곰팡이 핀 첫사랑’, ‘무중력의 외사랑’과 같은 에피소드 제목은 낭만이라는 단어의 고전적 이미지에 새로운 상상력을 부여하며,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저자의 시각을 드러낸다. 단순한 감상이나 감정 소비에 머물지 않고,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자기 인식의 지점을 치밀하게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은 에세이적 면모도 지닌다.
『초현실파 낭만주의』는 시가 감정의 조각을 담는 도구인 동시에, 감정을 다시 읽고 새롭게 이해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은 흘러가는 감정에 휩쓸리는 대신 그것을 붙잡아 자기화하고 언어화하려는 저자의 진지한 시도이자 고백이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인 저자의 시선에서 쏟아져 나온 시편들은 나이에 비해 놀라울 만큼 깊이 있고 섬세한 언어 감각을 드러낸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이라면, 이 시집에서 자신의 일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