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3반에서 두발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은 나뿐이야. 할아버지와 한 약속을 지키려면 꼭 추석 아침까지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그런데 보름달 뜨는 밤에 두발자전거를 타면 10분 만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기회는 둥근 달이 뜨는 오늘 밤뿐이야!
환한 달빛이 내려앉은 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까?
열 살 민재의 뭉클하고 묵직한 두발자전거 도전기!
“3학년 3반에서 두발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은 나뿐이야.”
열 살 민재의 간절한 두발자전거 도전기
3학년 3반 민재는 두발자전거를 꼭 타고 싶다. 다음에 할아버지를 뵈러 갈 때는 꼭 두발자전거를 타고 찾아가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려고 하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 오고, “아끼는 몬스터 카드와 황금 딱지를 잃어버린 것”처럼 힘이 쭉 빠진다. 가까스로 두발자전거에 올라타면, 발을 왼발 오른발, 하고 그다음 왼발로 넘어가기도 전에 꽝 넘어진다. 같은 반 아이들은 이제 나 빼고 모두 두발자전거를 잘 타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두발자전거 타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학교 운동장에 보름달이 뜨면》은 두발자전거에 도전하는 열 살 민재의 마음을 일인칭 시점에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남들처럼 두발자전거를 잘 타지 못해 서럽고, 계속 넘어지다가 눈물을 쏟고, 빨리 타지 못해 초조해하고……. 《나는 진정한 열 살》 《내 꿈은 조퇴》 등 꼭 내 마음을 읽는 것처럼 어린이의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하던 배지영 작가가 이번에는 ‘자전거’를 둘러싼 민재의 다채로운 감정을 담아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어린이라면 누구라도 민재의 도전에 십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두발자전거를 10분 만에 탄다고?
“기회는 둥근 달이 뜨는 오늘 밤뿐이야.”
민재는 어느 날 솔깃한 이야기를 듣는다. 보름달 뜨는 밤에 학교 운동장에서 두발자전거를 타면 10분 만에 성공할 수 있단다! 민재는 말도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신기루 같은 소문을 믿고 싶어 한다. 그렇게 민재는 한밤중에 자전거를 끌고 학교 운동장으로 향하는데…….
옛날부터 사람들은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곤 했다. 사람들의 염원을 들어주듯 환하게 빛나는 둥근 달을 가만히 바라보면, 정말 소원을 이뤄 주는 신비한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자전거도 금세 탈 수 있다는 소문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보름달은 마법처럼 소원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자전거를 꼭 타고 싶은 민재의 간절한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준다. 모차 작가는 연보라, 청록, 분홍색 등 몽환적인 색감을 써서 보름달이 주는 신비로운 느낌을 극대화하여 표현했다. 별빛을 흩뿌리듯 배경 효과로 가득 채운 밤하늘 그림은 마치 달빛이 책장으로 스며든 기분이 든다.
“우리 할아버지랑 한 약속을 지켜야 하거든.”
뭉클하고 묵직한 민재의 성장 이야기
민재는 추석날 아침, 홀로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두발자전거를 익힌 지 며칠이 채 되지 않았지만, 도로를 달리고 논을 지나, 산을 넘는 대장정을 떠난다. 땀은 비 오듯 흐르고, 다리도 후들후들 떨려 와도 절대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민재가 도착한 장소는 바로 할아버지의 납골묘다.
이 책은 마지막 순간에 와서야 민재가 두발자전거를 타고 가려 한 목적지를 밝힌다.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두발자전거를 타고 찾아오라.”라고 한 말을 가슴에 새기고,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두발자전거를 탄 것이다. 그제야 민재가 두발자전거를 배우려 한 이유가 온전히 이해되며, 그동안 민재가 흘린 땀과 눈물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해져 와 울림을 준다.
할아버지의 납골묘 앞에서 민재는 할아버지에게 말을 건넨다. 나 이제 혼자서도 두발자전거 잘 탄다고. 나 진짜 많이 컸고, 절대 안 울 자신 있다고.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민재가 치열하게 페달을 밟고, 끝내 할아버지와 한 약속을 이루며 한 뼘 더 성장한 모습은 뭉클한 여운을 안긴다.
“강민재! 엄마 믿어? 못 믿어?”
민재의 도전을 힘껏 응원하는 가족
민재가 짧은 시간 안에 두발자전거 타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보름달 덕분이 아니라, 민재를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가족이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민재의 가족은 두발자전거를 타야만 한다는 민재의 마음을 십분 이해해 주고, 보름달이 뜨는 밤에 꼭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터무니없는 말도 들어준다.
추석 전, 둥근 달이 뜬 밤에 온 가족은 민재를 따라 학교 운동장으로 나와 민재를 돕는다. 엄마랑 아빠는 민재의 자전거를 붙들어 주고, 맨날 민재한테 툴툴거리던 형도 이날만큼은 민재한테 음료를 갖다 주며 은근히 챙겨 준다. 온 힘을 다해 민재를 돕는 가족들의 따뜻한 모습을 보다 보면, 민재를 덩달아 응원하며 민재의 가족과 한마음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