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멈춰 있던 초등 공교육, 이제 변해야 한다!
초등 의무교육이 도입된 지 어느덧 70년이 지났다. 그동안 사회는 눈부시게 달라졌고, 아이들의 일상도 훨씬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초등학교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 정형화된 국가교육과정, 담임교사 중심의 수업 구조, 단일한 교사 양성 제도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오전 수업 중심의 운영 방식 또한 그대로다.
그 결과,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연간 수업 시간은 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학습과 돌봄의 공백은 고스란히 가정과 사교육에 전가되고 있다. 정규 수업 이후의 시간은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사교육이 나눠 맡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정규 교육과 단절된 채 별개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공교육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사이, 사교육은 그 틈을 파고들며 또 하나의 교육 시스템처럼 자리 잡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돌봄 확대나 사교육 억제 등 다양한 정책이 시도됐지만, 모두 보완책에 그쳤을 뿐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는 못했다.
이처럼 낡은 시스템 위에 프로그램만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초등 공교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학교가 아이들의 하루 전체를 책임질 수 있도록 공교육의 틀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초저출생이라는 위기를 공교육 혁신의 기회로
출생아 수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교육 현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농어촌 학교는 통폐합 위기에 놓였고, 신규 교사 채용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학생 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교육이 아이들의 하루를 책임지지 못하는 데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학령인구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학교 통폐합이나 교원 감축 같은 단기 처방만 반복해왔다. 초저출생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초등교육은 여전히 돌봄 중심에 머물러 있으며, 교육 본연의 역할과 질적 혁신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나 저출생이라는 위기는 오히려 공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학생 수 감소로 교사 1인당 학생 수, 학급당 학생 수 등 주요 교육지표가 개선되고, 교육 여건도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다. 지금이야말로 초등 공교육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다.
학교가 아이들의 하루를 책임지는 공간으로 거듭나려면?
전일제는 단순히 수업 시간을 늘리는 제도가 아니다. 학교가 아이들의 하루를 책임지고, 배움과 성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운영 방식이다. 아이의 하루가 학교 안에서 온전히 설계될 때, 학교는 다시 신뢰받는 공간이 되고, 아이들 역시 스스로 머물고 싶은 곳이 된다.
독일과 덴마크를 비롯한 다수의 OECD 국가들은 이미 전일제를 통해 그 가능성을 증명해왔다. 이들은 공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며, 교육격차 해소와 학습의 질 향상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전일제를 통해 공교육의 구조를 다시 짜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확보 및 배치, 하교 시간 일원화, 학교 공간 재구성 등 운영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쉬고 놀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 변화는 ‘전일제 초등학교’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