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해설
『국가론』의 논의 주제는 ‘국가의 최선의 정체’이다. 먼저 국가가 정의되는데, 국가는 인민의 것이다. 그다음으로 인민이 정의되는데, 인민은 어떤 식으로든 군집한 인간들의 온갖 모임이 아니라 법에 대한 동의와 유익의 공유로 하나가 된 다수의 모임이다. 인민의 것인 국가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심의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데, 심의는 일인 또는 소수 또는 다수가 행사한다. 심의하는 일인은 왕이고 그 정체는 왕정이며, 심의하는 소수는 귀족이고 그 정체는 귀족정이며, 심의하는 다수는 인민이고 그 정체는 민주정이다.
왕정, 귀족정, 민주정 모두 결함이 있다. 왕정의 결함은 왕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공동의 법과 심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고, 귀족정의 결함은 다수가 공동의 심의와 권력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자유를 누릴 수 없는 것이며, 민주정의 결함은 지위 등급을 전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평등이 불평등한 것이다. 왕정, 귀족정, 민주정 모두 인접한 나쁜 정체로 타락할 수 있는 결함이 있다. 왕정은 참주정으로, 귀족정은 과두정으로, 민주정은 중우정으로 타락할 수 있다. 가장 인정받아야 하는 정체는 왕정, 귀족정, 민주정이 적절히 혼합된 정체이다.
정체 분류에서 키케로는 폴뤼비오스의 영향을 받았고, 폴뤼비오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았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영향을 받았다. 플라톤은 『정치가』에서 정체 분류를 제시하는데, 정치적 지식을 지닌 참된 정치가나 왕이 지배하는 바른 정체를 제외한 6개의 바르지 않은 정체를 지배자의 수와 준법 여부라는 기준으로 분류한다. 왕정, 귀족정, 민주정, 민주정, 과두정, 참주정.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정체 분류를 제시하는데, 정체 분류의 기준은 지배자의 수와 이익이다. 왕정, 귀족정, 폴리테이아 또는 혼합정, 민주정, 과두정, 참주정. 폴뤼비오스는 『역사』에서 정체 분류를 제시하는데, 정체 분류의 기준은 지배자의 수와 좋음 여부이다. 왕정, 귀족정, 민주정, 중우정 과두정, 참주정. 왕정, 귀족정, 민주정은 결함도 있지만, 이들 각 정체를 옹호할 이유도 있다. 민주정에서 자유는 평등하고, 모두가 같은 이익을 공유해서 화합이 매우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민주정이 옹호된다. 국가의 안녕은 부자나 고귀한 가문 출신이 아니라 최고의 덕을 지닌 최선자나 귀족의 심의에 달려 있고, 일인의 허약함과 다수의 무분별 사이에서 중간 입장을 취하는 귀족이 국가를 돌볼 때 인민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귀족정이 옹호된다. 인간의 정신 안에서 이성의 지배가 바람직하듯 왕의 지배가 바람직하고, 왕이 있어야 인민이 과도한 자유 속에서 날뛰지 못하기 때문에 왕정이 옹호된다. 왕은 사랑으로, 귀족은 슬기로, 인민은 자유로 사로잡기에 왕정, 귀족정, 민주정 모두 인정받을 만한 정체이지만, 스키피오는 왕정, 귀족정, 민주정 순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왕정, 귀족정, 민주정이 균형 있게 혼합된 정체가 최선의 정체인데, 왜냐하면 이 최선의 정체 안에 왕정의 요소, 귀족정의 요소, 민주정의 요소가 모두 다 있기 때문이다. 이 최선의 정체에는 일종의 평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유롭고, 견고함도 있기 때문에 정체가 바뀌기 어렵다. 그런데 최선의 정체는 로마의 정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