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선택지를 만드는
합리적 낙관주의의 힘
2024년, SNS와 유튜브를 뒤흔든 키워드가 있다. 바로 ‘럭키비키(Lucky Vicky)’로 대표되는 ‘원영적 사고’이다. 이는 단순한 긍정이 아니라, 자기 확실과 합리적 낙관주의에 기반한 태도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깊은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에게 삶에 도움이 되는 낙관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70%가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챗GPT 같은 인공지능에 ‘대답’을 묻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늘 하루 어땠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같은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질문조차 기계에게 맡겨야 할 만큼 자기감정에 서툴고, 표현조차 어려워졌다.
불안과 회의, 무력감이 일상이 된 시대에 우리는 무엇에 기댈 수 있을까? 많은 자기계발서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하지만, 사실 무조건적인 희망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현실을 회피하는 전략은 결국 더 깊은 좌절과 번아웃으로 이어진다. 《합리적 낙관주의자》는 그런 막막함에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정신건강 프로그램의 유일한 정신과 전문의 수 바르마는 수천 명의 환자들과의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선택지를 만드는 ‘합리적 낙관주의’ 실천 개념을 정립했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는 공존할 수 있다. 우리는 희망을 품으면서도 두려워하고, 최선을 기대하면서도 의심한다. 인간이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과 의심을 받아들이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탄탄한 대처 능력을 발휘하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합리적 낙관주의의 핵심이다. _p.35
이 책은 막연한 낙관을 말하지 않는다. 불안을 다루고, 문제를 해결하며, 자기 효능감을 회복하고, 건강한 감정 습관을 만드는 8가지 심리 전략을 통해 독자가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도록 돕는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훈련법은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자기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고, 내면을 조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낙관주의자다. 감정을 억누르는 문화, 성공 지상주의, 비교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서 우리는 쉽게 과장되고 무너진다. ‘기승전극단’의 감정 회로에 빠진 이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휘둘리지 않고 조율하는 기술이다. 《합리적 낙관주의자》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벗어나는 가장 현실적인 기술을 제시한다.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해석을 바꿔라!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조율’하는 인지행동치료
이 책은 8가지 심리 원칙을 중심으로, 독자가 삶을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훈련법을 제시한다.
① 목적: 나를 살게 하는 것에 연결돼라
삶의 방향을 잃은 사람은 감정적으로 쉽게 흔들린다. 저자는 종종 환자들에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모든 걸 갖춘 직장인이지만 무기력에 빠진 A의 사례를 통해, 의미 있는 순간을 찾는 것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임을 알려준다. 그에게는 반려견과의 산책 시간이 그랬다. 진짜로 연결되어야 할 대상과 가치를 인식함으로써 A의 회복이 시작되었다.
② 감정 다루기: 감정의 주인이 돼라
저자는 환자 B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늘 작은 일에도 분노가 폭발했고, 그 뒤엔 자기혐오가 뒤따랐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 패턴을 들여다보며 ‘무시당했다.’라는 감정의 뿌리가 실제로는 ‘어린 시절의 인정욕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B는 더 이상 반사적으로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 이 두 번째 원칙에서는 ‘감정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고 달리 반응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③ 문제 해결: 통제감을 회복하라
불안은 대부분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무력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저자는 “하나의 문제에도 수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라고 강조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 있었던 한 내담자 C의 사례를 전달한다. C는 테러 이후 삶이 모든 측면에서 망가졌다고 느꼈지만, 매일 5분씩 회복 일지를 쓰며 작은 ‘통제감’을 회복해 나간다. 그는 다시 직장에 복귀하고, 건강을 회복했으며, 이전보다 훨씬 능동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④ 자부심: 작은 성공을 인식하라
‘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은 감정이 아닌 훈련의 결과이다. D는 반복된 실패로 자신이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신념처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생각 습관을 바꾸기 위해 실제로 해낸 경험(성취)을 눈에 보이게끔 나열하고, 작은 성공을 인식하기로 했다. 그 결과, 자신이 부족하다는 D의 믿음은 ‘내가 잘하는 것도 있다.’라는 현실에 기반한 자기 신뢰로 전환되었다.
⑤ 능숙함: 반복 가능한 루틴을 만들어라
감정을 다루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루틴을 통해 학습되는 기술이다. 수 바르마는 ‘할 수 있다.’라는 감정을 반복 훈련하는 내담자들과 함께 ‘매일 10분 글쓰기’ ‘나만의 피드백 일기’ 등 능숙함의 사다리를 만들어간다.
⑥ 현재성: 현재를 오롯이 감각하라
불안은 미래를 향하고, 우울은 과거를 붙든다. 회복의 핵심은 ‘지금 이 순간’에 뿌리 내리는 것이다. 몰입이 어려울 때는 산책을 하며 보고, 듣는 것에 집중하는 오감 훈련으로 불안의 파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에 머무르는 훈련은 감정을 안정시키는 ‘심리적 닻’이다.
⑦ 사람: 나를 키우는 관계와 소모시키는 관계를 알라
어떤 관계는 위로가 되지만, 어떤 관계는 회복을 방해한다. 감정 소진에 시달리던 E는 자신을 항상 비난하고 과도한 기대를 하던 가족 관계로 자존감이 무너진 상태였다. E는 감정을 갉아먹는 관계에 심리적 경계를 세우고, 지지적 관계와 연결되도록 구조를 바꾸면서 비로소 감정의 균형을 되찾았다. 누구와 연결되는지가 회복의 속도를 결정하는 이유이다.
⑧ 건강한 습관: 일상의 루틴으로 위기를 극복하라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사, 활동성 없는 일상은 감정을 악화시키는 적이다.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걷는 등 신체 루틴을 재정비해 감정 회복력을 올릴 수 있다. 몸이 안정되면 감정도 회복된다. 따라서 건강한 습관은 심리 회복의 물리적 기반이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스스로 변화의 방향을 설계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삶이 완전히 바뀌진 않더라도 ‘내가 나의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단단한 확신이 자라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믿음이, 합리적 낙관주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