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말 속에 감춰진 악의,
숨길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파헤쳐온 작가 정해연!
이번에는 ‘모성(母性)’이라는 욕망을 해부한다!
정해연 작가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수식어들이 있다. 바로 ‘한국 미스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반전’, ‘정교하게 계산된 플롯과 속도감 있게 몰아치는 서사’라는 표현이다. 정해연이라는 작가가 그만큼 한국 추리·미스터리 스릴러의 계보를 정통으로 이어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체가 없으면 살인도 없다”고 말하는 장르인 만큼 추리·미스터리 스릴러에서는 필연적으로 범죄가 발생하고, 정해연은 그 범죄의 중심에 친구, 연인, 가족과 같이 가장 가깝고 그래서 오히려 진의를 알 수 없는 관계를 기꺼이 시험대 위에 올린다. 정해연이 이번에 시험대에 올리는 관계는 ‘어머니와 아들’이다.
“아빠가 죽은 날, 왜 나를 구한 게 엄마가 아니야?”
‘모성’이라는 욕망이 은폐한 매듭이 풀린 후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성공한 사업가 박희숙은 어느 날 여자 혼자 몸으로 지극정성을 다해 키운 아들 최진하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듣는다. “엄마, 사람을 죽였어.” 인생의 목표라곤 오로지 회사와 아들의 성공뿐인 박희숙은 결심한다.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는 없다.’
평화로운 지방 소도시인 재선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발화지점에서 사체가 발견되면서 화재는 곧 살인사건으로 바뀐다. 흔치 않은 살인사건에 재선시 형사들은 술렁이기 시작하고, 사건을 담당한 이인우 형사는 박희숙과 최진하 모자를 둘러싼 교묘한 살인극의 진실을 파헤칠수록 떠오르는 과거의 잔상에 괴로워한다. 이인우 형사가 벗어날 수 없는 과거란, 아버지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그런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이 어머니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희숙과 최진하’ 그리고 ‘이인우 형사와 그의 어머니’라는 두 모자(母子)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며, 각각 관계의 파행과 회복이라는 상반된 결말을 향해 속도감 있게 질주하며 콘트라스트를 이루는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책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감정이라 여겨지는 ‘모성’. 정해연은 《매듭의 끝》을 통해 ‘모성’이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결합할 때 얼마나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할 수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극마저도 얼마나 헌신적인 ‘모성’이기에 성립할 수 있는지를 거침없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