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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등

가스등

  • 패트릭 해밀턴
  • |
  • 민음사
  • |
  • 2025-05-30 출간
  • |
  • 228페이지
  • |
  • 113 X 188mm
  • |
  • ISBN 978893743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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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최악으로 끔찍한 밤이라고요? 아, 아니에요.
가장 멋진 밤이죠. 다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아주 멋진 밤이었어요.”

『가스등』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런던의 한 가정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고급스러운 가구로 가득 찬 아늑한 집 안을 배경으로, 성실한 하인들과 아름답고 점잖은 한 쌍의 부부가 눈에 띈다. 이상적인 디오라마처럼 보이는 이 가정에도 차마 말 못 할 사정이 있다. 잘생긴 외모에 수완이 좋아 보이는 매닝엄 씨에겐 단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는데, 바로 아내 벨라다. 최근 들어 아내가 자꾸 물건을 숨기거나 기억을 잃고, 심지어 반려 동물을 괴롭히고도 시치미를 뚝 떼는 등 문제가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벨라에겐 정신병을 앓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도 있으니, 아내 집안에 어떤 내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벨라 역시 억울하고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목숨을 걸고 맹세하건대, 벨라는 남편 몰래 액자를 치운 적도, 강아지를 학대한 적도, 영수증을 잃어버린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닝엄 씨는 그녀더러 미쳤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하인들 앞에서 망신을 주거나, 자꾸 헛소리를 하면 이젠 벌을 주겠다는 식으로 거짓 자백을 받아 낸다. 그리고 이렇게 남편이 화를 내고 집을 떠나 버리면 어김없이, 방 안을 비추던 가스등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위층에선 유령 같은 발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끔찍한 나날이 계속 이어지며, 마침내 벨라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두려워하게 된다.

“사실은 아주 명확한 동기를 가지고 있지. 허영심.
바로 허영심에서 비롯한 살인이니 말이야.
살인자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입에 올리고 싶어서 안달하게 된다네.
우쭐대고 싶거든.”

영국 런던의 최고급 주택가, 메이페어에 위치한 한 집 안이 짙은 어둠에 잠겨 있다. 기묘한 흥분감과 불안에 사로잡힌 두 사람의 실루엣이 언뜻 보인다. 키가 크고 조각처럼 우아한 생김새의 브랜던은 이제 막 재미있는 게임을 마친 듯 살짝 들떠 있고, 가무잡잡하게 그을린 피부에 아담한 그라닐로는 등불마저 두려워할 정도로 벌벌 떨고 있다. 그렇다, 이 두 사람은 방금 살인을 저질렀다. 젊고 순수하고 건강한 한 청년을 아무 이유도 없이, 단지 허영과 허세를 부리기 위해 밧줄(로프)로 목 졸라 살해한 것이다. 늘 의기양양한 브랜던은 살인쯤은 식은 죽 먹기라며, 누군가의 목숨을 희롱할 수 있다는 사실에 도취해 있다. 그런 반면, 그라닐로는 죄의식에 사로잡힌 채, 그동안 숭배해 온 브랜던에게 휘둘리며 넋이 빠져 있다. 그런데 이들의 기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기들이 죽인 청년(로널드 켄틀리)을 커다란 궤짝 속에 넣어 두고, 그 위에 만찬을 차린 뒤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다. 심지어 그 청년의 아버지까지 불러서 모욕하기로 작심한 브랜던은 완전 범죄에 다가선 스스로에게 감동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그러나 한 손님, 염세적이지만 삶을 사랑할 줄 아는 루퍼트 카델이 등장하면서부터 현장의 기류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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