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먼저 알아본 한국 작가
6-1 국어 교과서 수록 그림책《황금 사과》 작가, 송희진
10여 년 만의 신작 그림책 발표!
작가 송희진의 대표작 《황금 사과 Les pommes d’or》(2009), 《진짜 곰 Un vrai ours》(2011)은 유서 깊은 출판사 카스테르만(CASTERMAN)에서 출간된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에서 먼저 주목받고 이후 한국에서 출간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프랑스 유학 후 다양한 어린이책을 발표한 작가는 강의와 육아, 건강 문제 등으로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하다가 최근 다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0여 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나의 완벽한 하루》는 유쾌하고 따뜻한 스토리에 정성껏 손 그림으로 완성한 명품 그림책으로, ‘완벽한 행복’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욕심으로 소통이 단절된 사회를 풍자한 그림책 《황금 사과》는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어, 어린이와 양육자 모두에게 친숙한 작품이다. 그런 만큼 작가의 신작 소식은 더욱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 “똑똑똑! 악어야, 도와줘!”
완벽한 하루를 방해하는 이웃들, 과연 악어는 어떻게 할까?
악어는 까칠하고 예민한 완벽주의자이다. 집 안팎을 악어 소품과 자신의 사진으로 가득 채운 모습만 봐도 강한 자기애와 개인주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완벽하게 하루 계획을 짜고 실천하는 이 계획형 악어는 오늘도 하루의 계획을 빈틈없이 채운다. 체리 따기, 지붕 이끼 청소하기, 텃밭에 물 주기, 잠시 쉬고 세차하기. 그러나 뜻하지 않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웃들이 하나둘 찾아오면서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된다. 코가 꼬인 코끼리, 파란 괴물을 내쫓아 달라는 거미, 아기 새들을 돌봐달라는 엄마 새, 자동차를 빌려 달라는 고양이 할아버지까지. 자신의 시간과 계획을 방해받는 상황 속에서 악어는 어떻게 대처할까?
▣ “이보다 더 완벽한 하루가 있을까?”
나눔과 배려, 소통과 연대를 통한 완벽한 행복에 관하여
어른과 아이 모두의 마음에 남을 따뜻한 우화
이웃들이 하나둘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자, 악어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겉으로는 차갑게 대하던 악어는 한없이 따뜻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결국 이웃의 문제를 하나씩 세심하게 해결해 준다. (‘WELCOME’ 발 매트를 보아도 악어는 언제라도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악어는 이웃의 환한 얼굴을 보며 묘하게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낀다.
이상하게 마음이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어.
이만하면 꽤 괜찮은 하루인 것 같아.
아니, 이보다 더 완벽한 하루가 있을까? _ 본문 중에서
장면의 마지막에 이르면 독자들은 악어가 자신이 하려 했던 일들이 결국 도움을 준 이웃 덕분에 다 이루어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악어와 이웃 친구들 모두 완벽하게 행복한 하루가 완성된 셈이다.
저는 낯선 외국에서 오래 살면서, 많은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고, 또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누군가를 돕기 위해 잠시 내 것을 포기해야 할 때, 당장은 손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결국 그 도움으로 제가 더 많은 걸 얻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은 홀로
잘 살아가는 것보다 관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도요! _ 송희진
작품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나서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들려준다. 또한 타자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과 행동은 결국 나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나눔과 배려, 소통과 연대를 통해 완성되는 ‘행복’의 의미를 담은 이 유쾌한 우화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오래도록 깊이 마음에 남을 것이다.
▣ “악어 아저씨, 혹시 저희 파란 비행기 못 보셨나요?”
섬세한 연출과 숨은 재미로 가득한 이야기
작가는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악어의 내레이션 뒤로 악어의 시야를 벗어난 전지적 시점의 그림을 펼쳐 보이며 독자들이 발견할 수 있는 재미 요소를 구석구석 숨겨 놓았다. 독자들은 악어가 이웃을 도울 때마다 악어의 할 일이 착착 해결되어 가는 걸 볼 수 있다. 꼬인 코를 풀어 주자 코끼리 코에서 물이 쏟아지면서 텃밭에 물이 뿌려진다든가, 체리 나무 위 거미집의 비행기를 치워 주자 체리가 우수수 떨어진다든가, 아기 새들을 돌봐주자 지붕 이끼가 순식간에 청소되고, 자동차를 빌린 고양이 할아버지가 새까만 자동차를 닦아 주는 식이다.
악어의 모든 계획이 말끔히 완성되고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돼지 세 자매가 파란 비행기를 찾으러 악어를 찾아온다. 파란 비행기는 어디 있을까? 무심히 지나친 독자들은 앞으로 다시 돌아가서 찾아보길 권한다. 악어의 할 일이 해결되는 장면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깔아 둔 복선을 찾아본다거나, 뒷 면지 그림을 보며 악어의 작은 친절과 선행이 불러온 긍정적인 나비효과와 선한 영향력에 관해 이야기해 볼 것도 권해 본다.
▣ 손 그림으로 완성한 사랑스러운 악어의 세계!
강렬한 색감과 독보적인 캐릭터로 담아낸 명품 그림책
디지털이 일러스트가 주류인 시대, 송희진 작가는 정성껏 일일이 손 그림으로 명품 원화를 완성했다. 아크릴, 과슈, 색연필, 마커를 사용해 섬세하게 표현한 사랑스러운 악어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악어, 고양이, 거미, 코끼리, 새 등 친숙한 동물 캐릭터들이 등장해 유쾌하면서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그림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복 구성은 안정감을 주고, 간결한 글 너머의 강렬하면서 아름다운 색감, 독창적인 캐릭터, 과감한 구도는 시선을 압도한다. 다채로운 연출, 장면마다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악어의 표정 또한 인상적이다.
[줄거리]
악어는 오늘도 ‘완벽한 계획’을 세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무 위 체리 따기, 지붕 이끼 청소하기, 텃밭에 물 주기. 잠깐 쉬고, 자동차 세차하기. 그런데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계획이 꼬이고 만다. 코끼리는 꼬인 코를 풀어달라고 울먹이고, 거미는 괴물이 쳐들어왔다며 소리치고, 엄마 새는 아기 새들을 돌봐달라며 동동댄다. 고양이 할아버지는 쩔쩔매며 자동차를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엔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악어는 끝까지 외면하지 못하고 이웃의 부탁을 모두 들어준다. 모든 계획은 다 틀어지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건 없는데, 악어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악어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