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받은 ‘친구’라는 선물을 드립니다.”
이우성 시인이 세상에 태어나 만난 가장 큰 친구는 그의 부모님입니다. 형과 그를 낳고 엄마가 된 그녀에게 수십 년 전 할아버지는 “순옥이는 작아서 바람 불면 날아가니까/중학교는 가지말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어디선가 초등학교 졸업장을 찾아내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 그와 같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때론 어떤 이의 삶이 누군가에게 가르침이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 그는 6월 2일 그의 생일, 태어나자마자 최고의 생일 선물이자 첫번째 친구를 얻게 된 셈이죠.
시가 어렵다고 말하던 사람. 그의 아빠에게 그는 언젠가 “이 시를 제가 썼습니다”라고 큰소리 한번 쳐보고 싶습니다. 부모로만 여겨졌던 그의 아빠는 몸이 불편해진 뒤 그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같이 산책하고 목욕하며 지난 약 40년 동안 다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빠의 존재 자체가 위로이자 선물임을 깨달았죠. 그리고 이우성 시인은 생각합니다. “선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다정한 위로인.” 부모는 그에게 조건 없는 위로를 전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이는 그가 친구들을 사랑하는 온기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어, 네가 천재인 걸 너만 몰라. 아니, 너 말고도 지구인 모두가 몰라. 나만 알아.”
이우성 시인과 친구가 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고 ‘행복’이란 글을 모자에 크게 써넣어도 되죠. 그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더욱 쉽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기만 하면 됩니다. “더 큰 무엇인데 언어로 적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공부를 더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구체화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새처럼 총총 걷는 저음을 가진 친구의 새 노래를 듣고는 “그 곡이 좋지도 안 좋지도 않았다”며 “그의 운명은 그의 것이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합니다. 대신 친구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친구가 노래를 계속 부른다면 계속 그의 노래를 듣고 사랑할 것이며 어느 순간 친구가 노래를 그만두어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것을 다짐하죠.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그들의 행위 자체가 그들의 언어임을 기억하는 것, 누구처럼 생각하고 누구처럼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시인으로서의 그가 친구들을 사랑하는 방법이자 친구들로부터 삶의 용기를 얻는 과정입니다. “사랑하는 시인 친구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함께 가위바위보하는 모습도/나는 양손으로 보를 내고/박수를 쳤다/사랑하니까.”
◎ ‘시의적절’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2025년에도 계속됩니다.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시인에게 여름은 어떤 뜨거움이고 겨울은 어떤 기꺼움일까요. 시인은 1월 1일을 어찌 다루고 시의 12월 31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맞춤하여 틀림없이, 매일매일을 시로 써가는 시인들의 일상을 엿봅니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습니다. (달력이 그러해서, 스물여덟 편 담긴 2월이 있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물론,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지요.
한 편 한 편 당연 길지 않은 분량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가벼이 읽으면 딱이겠다 합니다. 열두 달 따라 읽으면 매일의 시가 책장 가득하겠습니다. 한 해가 시로 빼곡하겠습니다. 일력을 뜯듯 다이어리를 넘기듯 하루씩 읽어 흐르다보면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사계(四季)가 되어 있을 테지요. 그러니 언제 읽어도 좋은 책, 따라 읽으면 더 좋을 책!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그 이름들 보노라면 달과 시인의 궁합 참으로 적절하다, 때(時)와 시(詩)의 만남 참말로 적절하다, 고개 끄덕이시라 믿습니다. 1월 1일의 일기가, 5월 5일의 시가, 12월 25일의 메모가 아침이면 문 두드리고 밤이면 머리맡 지킬 예정입니다. 그리 보면 이 글들 다 한 통의 편지 아니려나 합니다. 매일매일 시가 보낸 편지 한 통, 내용은 분명 사랑일 테지요.
[ 2025 시의적절 라인업 ]
1월 정끝별 / 2월 임경섭 / 3월 김용택 / 4월 이훤 / 5월 박세미 / 6월 이우성
7월 박지일 / 8월 백은선 / 9월 유계영 / 10월 김연덕 / 11월 오병량 / 12월 고선경
* 사정상 필자가 바뀔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2025년 시의적절의 표지는 글과 사진을 다루는 작가 장우철과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