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반려동물, 육식 등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것들을
하지 않은 세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동안 우리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이루고’ ‘성취하는’ 것이었다. 세상은 무엇인가를 ‘사고’ ‘먹고’ ‘가고’ ‘보고’ ‘하게’ 하는 일에 열중하고 몰두하게 한다. 하지만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와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다른 시선과 세계관이 요구되고 있다. 바로 사지 않고, 먹지 않고, 하지 않는 것이다. 물건을 사고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일은 너무나 쉽다. 하지만 그 반대의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세상과 지구에 필요하고 중요한 일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인 경우가 많다. 결국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무엇인가를 ‘하는 일’보다 ‘하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 에세이에서 저자는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사적이고 개별적인 이야기를 통해 비출산, 비건, 동물과 육식, 반려문화, 사물, 예술 등을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과 포스트 휴머니즘의 철학적 배경으로 이야기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출산과 비출산의 문제를, 2부에서는 비거니즘과 동물을 다룬다. 3부에서는 사물과 공간을 통해 포스트 휴머니즘의 문제를 다루며, 4부에서는 모든 문제의식을 종합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의 특징은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다루고는 있으나, 통계와 자료에 기반한 정보성, 혹은 사회학적 스타일의 글로 적힌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한 글은 아는 것에만 그칠 뿐, 그 문제를 감각하고 제대로 느끼지는 못한다. 이 책은 소설처럼 사건과 감정, 그리고 표현에 집중한다. 저자는 명시적인 주장과 설득이 아닌, 내밀하고 사적인 경험과 감각과 감정을 통해 독자와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고자 한다.
편리와 편의가 극대화되어 가는 우리 시대에 무엇인가를 먹거나 사거나 보거나 하는 일은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당연하다는 듯 출산을 하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육식을 하고, 물건을 산다. 그러나 그 모든 게 당연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하지 않은 세계’는 우리의 세계와 얼마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저자는 “깊은 변화는 그 멈춤, 중단, 혹은 하지 않을 때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도 그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한 발짝씩 ‘하지 않는/하지 않은/하지 않을’ 세계에 동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