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만난 오래된 미래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삶의 온도를 다시 찾다”
한국에서 일용직 노동자의 하루 임금이 15만 원이라면, 라오스에서는 5천 원 정도, 공무원 초임의 월급도 15~20만 원 선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라오스 사람들은 우리보다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라오스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한때 살았던 곳이자 앞으로 살아가야 할 오래된 미래를 찾아 라오스로 떠난다. 이 책의 1부에는 라오스의 생활상과 노동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흙먼지 이는 비엔티안 시골길, 맨발로 고무줄놀이하는 아이들, 무논을 첨벙거리며 올챙이를 잡는 아이들. 낯설면서도 낯익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직접 손모를 심고, 언제 끝날지 모를 공사를 이웃들과 함께하며 잔치를 벌이는 여유롭고 태평한 삶. 그 속에서 진정한 일의 가치를 깨우친다.
그런가 하면, 2부에서는 노동의 종말을 맞은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문으로 가는 길에 운문은 좋은 디딤돌이 되어 준다. 손에서 노동을 한순간도 놓은 적 없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력 시장에서 만난 박씨, 원양어선을 탔던 천씨, 식모에서 버스 차장, 시다까지 한국 근현대사상에서 여성 근로자의 삶을 보여 준 배 여사, 기획부동산의 강씨와 중동파견기술자 최씨까지, 다양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 노동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노동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며, 다시 삶을 짓는 일로 나아가는 법을 찾아본다.
“빠르고 편리한 생활 속에서 우리는 느리거나 불편했던 시절을 쉽게 잊어버린다. 욕망을 충족하는 데 익숙해진 삶에서는, 욕망이 덜했던 때를 쉽게 그리워할 수도 없다. 어쩌면 낯선 환경에 처해야만 비로소, 그 시절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것 아닐까.”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래전 잃어버린 삶의 온도를 되찾는 일일 것이다. 노동과 삶이 서로를 감싸고, 속도보다는 감도에 닿는 세상. 그곳에서 우리는 오래전 살았었고, 이제는 잊어버린, 하지만 앞으로 살아야 할 세상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한때 살았던 곳이자 앞으로 살아가야 할 오래된 미래를 그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