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전하는 요즘 일본
·작고 다양한 일본의 매력
《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지구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 중 가장 큰 고민을 안고 출간한 책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네팔 같은 나라들은 한국과 지리적, 정서적,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 나라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너무 가깝고 너무 익숙해서 우리는 일본을 잘 안다고 착각한다. 여행을 많이 가고, 애니메이션과 게임, 음식 등 문화 콘텐츠도 즐기지만, 우리가 접하는 일본은 어디까지나 일본이 보여 주고 싶은 ‘다테마에(겉모습)’일 수 있다.
일본의 본질, 즉 지역성과 정서, 정치적 태도, 역사 인식까지 포함한 복합적인 속살은 단기 여행이나 미디어 소비로는 닿기 어렵다. 이러한 이해 부족은 역사 문제나 정치적 갈등이 반복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일본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저자 나리카와 아야는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양국을 오가며 한국을 공부하고 일본에 알리는 일을 해 왔다. 한일 양국을 오가며 쌓은 그의 경험은 양국 간의 정서적·문화적 괴리를 누구보다 생생히 인식하게 했다. 이 책에서 한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일본인의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를 섬세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말해 줄 수 있는 이유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일본인의 입장에서 민감한 질문에도 답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식민 지배 사과, 자이니치 차별, 천황의 전쟁 책임 등 일반적인 대화에선 꺼내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도 일본인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으며, 왜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를 내부자의 입장에서, 그러나 경계인의 거리감으로 설명해 준다.
한편 이 책은 일본 사회 내부의 변화, 특히 한국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함께 담고 있다. 자이니치 3~4세대는 이제 자신이 자이니치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밝힌다. 한류가 일본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서 생긴 변화다. 일본에서 한국의 위상이 변하고 있는 사실은 양국의 관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일본의 새로운 면도 보여 준다. 일본을 이루는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은 각기 다양한 정체성과 개성이 있으며 하나의 정체성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추천사를 쓴 요조 작가의 말처럼, “작고 다양한 일본”의 매력을 실감하게 된다. 나리카와 아야의 글을 보고 있으면 여권을 챙겨서 새로운 일본을 찾기 위해 떠나고 싶어진다. “마음속의 일본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면 《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그 여정의 가장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