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기는 계속 반복되는가
_ 부의 대전환을 이끈 버블의 역사와 교훈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투기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상태를 뜻하는 ‘버블’은 경제 위기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금융 버블’, ‘낙관론’, ‘정책 버블’ 등 세 가지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버블 사건의 전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버블 이후의 상황을 각 사례가 주는 교훈에 맞춰 쉽고 유연하게 풀어간다. 특히 한국의 경제 위기 상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들도 자세히 서술했다. 국가부도 직전까지 갈 만큼 위험했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외국 자본에 의존하며 투기 성향이 높은 부문에 금융기관이 투자하다 실패한 ‘금융 버블’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코인이나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현재 시장의 모습은 2000년대 초 IT 혁신이 가져올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하면서 부실한 벤처 기업까지 무지성으로 투자하다 실패한 IT 버블(닷컴 버블)을 연상케 한다.
2025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미국에 ‘역사적인 호황’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자신하며 파격적인 고율 관세 정책을 시행했다. 이 상황은 대표적인 ‘정책 버블’ 사례인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와 유사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통해 저평가된 엔화 상품을 미국시장에 싼 가격에 팔면서 빠르게 수출경쟁력을 높였고, 실물경제 기반을 튼튼하게 쌓았다. 내수를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 한 마에카와 하루오(전 일본은행 총재)는 〈마에카와 보고서〉를 발표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부동산 개발 장려정책을 펼쳤다. 이후 일본 주요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부동산 보유 기업들의 가치가 올라갔고, 이는 주가상승으로 이어져 시스템 리스크가 극대화되었다. 일본 대장성은 기업들이 투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증시 부양을 시도해 버블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경제 붕괴를 가져오면서 ‘잃어버린 30년’이라 지칭하는 최악의 불황을 만들었다. 이처럼 정부의 단편적인 정책 대응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과 선택이 필요하다.
원칙을 지킬 때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_ 부의 흐름을 만드는 투자의 상식과 원칙
과거의 버블 사건에서 교훈을 얻었어도, 오늘날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따라서 버블을 발생시킬 수 있는 맥락을 이해하고 실제 투자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2부에서는 버블을 구성하는 요소와 원인, 금융시장의 스크리닝과 모니터링 등 신용 관리와 비용의 문제, 빅테크 금융의 특징, 무형자산의 시장 상황과 작동 방식,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과 다각화 등 오늘날의 투자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투자의 원칙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중 플랫폼 기업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무형자산에 대한 논의는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무형자산은 재산권을 주장하기 어렵고 불확실성이 크다. 더구나 그럴듯한 성장 가능성에 과잉 반응하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신규 투자자이며 전문 투자자인 경우는 드물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조차 어떤 기업이 성공하리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각 기업의 리스크를 잘 관리하면서 투자 의사결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잘 분산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시작점이라고 하면서, ‘지금이 기회다’라는 느낌을 조심하라고 이야기한다. 감정에 사로잡힌 거래를 지양하고, 시장의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투기의 광풍에 속을 것인가, 아니면 대응할 것인가
_ 버블의 위험에 대비하고 가치투자에 집중하는 법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버블 현상을 경계하며 “썰물이 빠져나간 후에야 누가 벌거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고 조언했으며, 미 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버블은 터지기 전까지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경각심을 일깨웠다. 하지만 이들의 경고에도, 경제 위기를 불러올 거품과 붕괴는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폰지 사건이나 ‘묻지 마 투자’로 인해 주식이나 코인 등 자산을 크게 잃는 사람도 늘었다. 투자는 단순히 돈을 잃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남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우연히 투자했는데 높은 수익을 얻었다는 풍문이나 정보가 불분명한 투자처에 무작정 투자할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버블의 파도에 휩쓸려 소중한 자산을 잃을 수 있다.
흔히 금융시장의 정보 전파 과정을 전염병에 비유하기도 한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능이 아니라 기질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투자자는 다수의 사람들과 있을 때 즐거움을 얻거나 군중에게서 완전히 멀어짐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잘못된 투자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야 한다. SNS 등 빠르게 정보가 확산되기 쉬운 세상에서 버블을 투자의 기회로만 인식하고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존한다면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힘들다. 현명한 투자 전략과 통찰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버블 이후의 경제 위기를 살펴보고, 과거의 교훈을 토대로 새로운 부의 지도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