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편지에 내 소설 속 살인 사건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이 끝나면, 그가 나타난다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모든 게 수상해진다
마음도 책장도 절대 놓지 마라!
★ 호주 다빗상, 네드켈리상 수상 작가 국내 첫 장편소설
★〈USA투데이〉〈시애틀타임스〉선정 여름 필독서
★ 에드거상 메리 히긴스 클라크상 부문 노미네이트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지적인 미스터리”(엘리 마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페이지를 넘길수록 공포가 차오르는 이야기로”(대니얼 오멜리, 소설가), 어느 미스터리 소설가와 살인 사건이라는 ‘애거서 크리스티식 고전 플롯’을 세련되게 연출해낸 설라리 젠틸의 장편소설 《살인 편지》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처음 소개된다.
설라리 젠틸은 총 10권에 달하는 롤런드 싱클레어 미스터리(Rowland Sinclair WWII Mysteries) 시리즈를 2020년에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영웅 3부작(The Hero Trilogy)을 잇따라 출간하며 “메타 픽션이 무엇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본보기” “마트료시카처럼 복잡하면서도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뉴욕타임스〉)의 보고(寶庫)로써 독자를 사로잡아왔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네 모습은 진짜일까?
도서관 비명 살인 사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끔찍한 우연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우연의 일치를 자신의 중심에 따라 의미 있게 해석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끔찍한 우연이 일으킨 이해와 오해, 그리고 핏빛 소용돌이 ‘도서관 비명 살인 사건’은 《살인 편지》에 격자로 삽입된 두 서사 중 첫 번째 이야기다.
차기작의 영감을 찾아 헤매던 미스터리 소설가 ‘위니프레드(프레디)’는 아름답고 거대한 궁형의 보스턴공공도서관 열람실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을 보고, 그들을 노선 없이 달리기 시작한 이야기 버스에 태우기로 마음먹는다. 양팔부터 어깨, 손목까지 문신이 가득하며 프로이트를 읽고 있는 젊은 여자는 ‘프로이트 걸’, 하버드 로스쿨 스웨트 셔츠를 입고 각진 턱 가운데가 갈라진 맞은편 남자는 ‘만화 주인공 턱’, 그의 왼쪽에 앉아 큰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는 ‘잘생긴 남’. 모두가 버스에 올라탄 바로 그 순간, 열람실 밖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지고 네 사람은 훗날 이슈가 될 ‘캐럴라인 펄프리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 서로가 서로의 알리바이인 네 사람은 급격히 친밀해지고, 어느 날 밤 프레디의 핸드폰으로 캐럴라인의 비명이 담긴 파일과 아파트 현관문 사진 하나가 전송된다. 겁에 질린 프레디는 발신자 번호를 재차 확인하는데, 발신자는 ‘잘생긴 남’……. 그는 지금 이곳에 있는데?
“그렇게 우리는 모두 맵 룸으로 가서 우정을 싹 틔우고, 나는 처음으로 살인자와 커피를 마시게 된다.” _20쪽
“내가 중년 여성이 살해당한 사진을 몇 장 첨부했어요”
〈도서관 비명 살인 사건〉: 위험한 베타 테스터
염상섭의 《표본실 청개구리》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요코미조 세이지 《밤 산책》, 그리고 앤서니 호로위츠 《맥파이 살인 사건》 등 추리소설의 클래식이자 장르소설의 대표 미장센인 ‘액자식 구성’은 《살인 편지》에 이르러 거미줄처럼 아름답게 얽히며 빛을 발산한다.
보스턴공공도서관 배경의 〈도서관 비명 살인 사건〉이라는 소설을 집필 중인 호주 소설가 ‘해나 타이곤’은 자신의 오랜 팬이자 보스턴 거주민 ‘리오’에게 소설의 베타 테스터를 부탁한다. 그런데 시체를 둘 적절한 장소를 알려준다거나, 지난밤 있던 살인 사건의 현장을 ‘우연히’ 발견하고 둔기에 머리를 맞은 사람의 상처를 찍어 보내는 등 리오의 피드백은 점차 수위를 넘기 시작하고, 상황은 ‘도서관 비명 살인’이 실재하는 사건인양 흘러가는데……. 끝내 자신을 만나러 오겠다는 말에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 소설을 이용해 리오를 역추적하기 시작한 해나. 그녀는 과연 자신이 과거의 사건을 대필하고 있다는 묘한 기시감과 연쇄 살인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남자의 머리 사진을 몇 장 찍어봤어요. 해나가 케인의 상처를 더 자세하게 묘사하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요. 유리 파편들이 상처에 박혀 있어요……. 그런데 해나는 그렇게 언급을 안 했던 것 같아서요. 유리 조각들이 빛을 받아 핏속에서 반짝거리고 있어요. _219쪽
소설의 외연을 확장하는 파격적 디자인으로
아찔한 공포와 몰입의 경험을 선사하다
이야기는 언제나 활자 안에 갇혀 있어야만 할까? 책 전체를 감싸는 편지지 형태의 표지, 원제목을 살린 실링 스티커, 편지지 곳곳에 묻은 피와 지문, 리오의 메시지를 재현한 띠지까지. 파격의 디자인을 택한 《살인 편지》는 장르소설 독자라면 기대해 마지않는 물리적 경험의 실체로, 책의 봉인을 여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의 해방과 온전한 공포의 몰입을 선사한다.
《살인 편지》는 사건 당시 한자리에 있던 네 사람 중 한 사람이 어떻게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지를 추리하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야기는 진범에 대한 단서나 트릭을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간의 욕망, 갈등, 우정과 사랑, 공교로운 우연을 어떻게든 인연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인간적 안간힘과 실마리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 실은 아주 다른 사람임을 깨달았을 때의 위화감과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을 홀로 부정해야 하는 부조리는 마치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1미터 절벽에 내몰린 듯한 심리적 압박을 꾀한다. 그러니 심신 안정을 원한다면 결코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모든 게 의심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