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피로를 씻어줄 아주 특별한 한 잔
당신이 선택할 크래프트 맥주는?
편의점 세계 맥주에도 더 이상 설레지 않고, 시원한 라거의 청량함도 어쩐지 심심하게 느껴질 때. 무언가 조금 더 특별하고, 조금 더 맛있는 맥주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맥주의 뽀얀 거품이 부글부글 피어올라 잔을 채우고, 한 입 머금는 순간 쌉싸래한 홉의 풍미와 오렌지 한 조각의 상큼함을 느낄 수 있다면 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만약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고된 일상을 말끔하게 씻어줄 단 한 잔의 특별한 맥주라면 이 책을 펼칠 순간이다.
‘미드나잇 앰버 인텐소Midnight Amber Intenso’는 강한 질감을 가진 알코올 도수 6.8%의 앰버 에일입니다. (…) 만약 이 맥주를 마시고 딸기잼과 비슷한 향을 느꼈다면 제대로 음미한 것입니다. 이 맥주를 만들 때 맥아로 딸기잼 향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점을 잡아냈고, 곡물만 가지고 이 향을 내기 위해 수백 번 연습했다고 합니다. (52쪽)
딸기 퓌레를 넣은 것도, 딸기 향을 첨가한 것도 아닌데 딸기잼 맛이 나는 맥주가 있다니, 거기다 그 맥주에 어울리는 추천 페어링으로는 순대와 선지해장국이란다. 딸기와 순대? 혹은 선지? 얼핏 상상이 가지 않는 조합이지만, 이 붉은 맥주의 딸기향은 상큼달콤하기만 하지 않다. 쌉싸래한 홉의 풍미, 은은한 과실의 단맛, 그리고 곡물의 구수함이 완벽한 삼박자를 이루어 선지나 해장국 같은 묵직한 맛을 혀끝에서 매끄럽게 정리해 준다. 물론 하드치즈나 딸기 디저트 같은 정석적인 페어링도 잘 어울린다고 하지만 기왕 ‘특별함’에 도전해 보는 김에 과감하게 순대와 맥주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유로운 도전은 크래프트 맥주의 특권이다. 맥주에 강원도산 감자도 넣어보고(감자 바이젠-감자아일랜드), 갓 수확한 쌀도 넣어보고(미노리 세션-버드나무 브루어리), 오디 열매까지 넣어가며(펑키 멀베리 사워-강릉브루어리) 온갖 맛의 향연을 선사하는 맥주들이 줄지어 당신이 마셔주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물론 크래프트 맥주라고 해서 전부 특이한 맥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산해진미도 매일 먹으면 질리는데 맥주라고 다를까. 외식 생활에 질릴 때 따끈한 집밥이 당기는 것처럼 가장 클래식한 맥주가 당길 때는 ‘물과 맥아, 홉’ 딱 세 가지 재료만 사용해 만드는 독일식 크래프트 맥주를 마셔보자. 짜릿하면서 깔끔하게 목을 넘어가는 시원한 라거를 들이켜다 보면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절로 떠오르며 어느새 텅 빈 잔만 남는다.
책맥으로 시작해 맥주 스파에서 끝내는 완벽한 하루
크래프트 맥주와 함께라면 일상이 축제가 된다
의외로 책과 맥주가 잘 어울린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천천히 향기로운 맥주를 마시며 책에 빠져드는 느낌은 커피나 차가 주는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과 맥주야말로 최고의 궁합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기막힌 조합을 살려 기획한 것이 바로 책맥입니다. 매장 가운데 위치한 책장의 책을 한 권 구입하면, 맥주도 한 잔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104쪽)
맥주를 꼭 저녁이나 밤에만 마시라는 법은 없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고르고, 커피 한 잔 대신 커피만큼이나 향기로운 맥주 한 잔과 함께하는 독서는 한번 빠지면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중독적이라고 한다.
무척 오래돼 보이는 나무 테이블, 매장 곳곳에 한자로 반듯하게 적힌 독립맥주공장獨立麥酒工場 글씨, ‘대한사람 정동에 물들다’와 ‘맥주 구락부’ 등 어쩐지 예스러운 문구가 적힌 나무 간판까지 더해지니 구한말 맥줏집에 방문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124쪽)
타임머신을 타고 구한말로 이동한 듯한 기분을 느끼며 마시는 맥주도 있고,
맥주 스파는 맥주 양조의 부산물인 맥주 효모와 홉을 입욕제로 이용합니다. 맥주 스파는 객실마다 설치되어 있습니다. 2층 레스토랑에서 만든 음식과 맥주를 룸서비스로 주문할 수 있으니, 스파에 몸을 담그고 맥주가 주는 즐거움을 즐겨보길 바랍니다. (61쪽)
독일에나 있는 줄 알았던 맥주 스파를 제주도에서, 그것도 제대로 즐길 수도 있다.
이렇게 맥주와 함께 우리 일상은 축제가 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저마다 앞다투어 끝내주게 맛있는 맥주를 소개하는 저자들 탓(?)에 지갑은 얇아지고, 술에 취한 뺨은 붉어진다. 그래도 책을 읽다 보면 “어, 이 브루어리(브루펍/탭룸) 우리 집(직장/학교)이랑 가깝네, 가봐야겠다!” 하고 ‘우리 동네 맥줏집’을 찾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이 책의 특징
하나. 일곱 명의 저자가 풀어내는 7인 7색 맥주 탐방기
맥주를 좋아하는 일곱 명의 저자들이 자신이 맛본 가장 맛있는 크래프트 비어가 있는 브루어리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한다. 브루어리들의 개성과 지향점, 대표 맥주를 알아보고, 파트 사이사이 쏙 들어가 있는 브릿지 챕터를 통해 그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까지 추천해 주는 완벽한 페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둘. 안주보다 맛있는 맥주 역사 상식 한 조각
신맛이 나는 ‘사워 에일’은 누가 제일 처음 만들었을까? 맥주 강국 독일의 맥주순수령은 뭘까? ‘페일 에일’은 창백한 맥주를 말하는 걸까? 계약 양조는 뭐고, 집시 양조는 또 뭐지? 크래프트 맥주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토막 상식들이 맥주에 딱 맞는 안주처럼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모르고 마셔도 맛있지만,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셋. 대한민국 전국 팔도 맥주 대동여지도
우리 동네에도 맛있는 크래프트 맥주펍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전국 팔도 방방곡곡 숨어 있는 한국 크래프트 브루어리와 브루펍을 소개한다. 도심 속에 위치해 퇴근길에 슥 들르면 좋은 브루펍부터, 강릉이나 의성, 통영과 제주처럼 훌쩍 떠나고픈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브루어리들까지. 내가 마시고 싶은 맥주 리스트를 하나씩 고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휴가 계획까지 세워지는 맥주계의 대동여지도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