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쓴 신앙, 현장에서 길어 올린 교회사 - 종교개혁의 살아 있는 증언
『발로 쓴 잉글랜드·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은 단순한 교회사 해설서가 아니다. 한 명의 목회자이자 기자, 그리고 신앙 순례자가 치열하게 역사와 마주하며, 믿음의 유산을 온몸으로 체득해낸 기록이자 고백이다.
이 책은 단지 책상 앞에서 연구된 종교개혁의 사상이나 연표가 아니라, 유럽의 거리와 성당, 순교 현장과 폐허 위에서 들려온 신앙의 외침을 담아낸 ‘살아 있는 교회사’다.
조재석 저자는 기자로서의 정확함과 치열함, 목회자로서의 영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유럽 종교개혁의 현장을 직접 발로 걸으며 탐사했다. 켈트 기독교의 숨결이 남아 있는 아이오나와 린디스판 수도원, 위클리프와 크랜머의 개혁 정신이 깃든 옥스퍼드와 런던, 존 낙스의 흔적을 따라간 세인트 앤드류스와 에든버러, 청교도들이 출발했던 플리머스와 중부 잉글랜드, 웨슬리의 발자취가 깊이 새겨진 브리스톨과 런던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역사 안내가 아니라 그가 현장에서 느끼고 기록한 묵상의 총체이다.
그는 단지 현장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 한 장소를 두 번 세 번씩 다시 찾으며, 초고를 품에 안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재확인하고 수정하는 철저함을 보였다. 글을 쓰기 위해 직접 현장을 발로 누비며 깊이 성찰한 기록이기 때문에 ‘발로 쓴’이라는 제목은 그저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사실이며, 동시에 저자의 신학적 태도를 상징한다.
이 책의 "현장성과 실증성의 융합", "신학적 깊이와 개인적 통찰의 조화", "영적 의미에 대한 성찰"이라는 점에서 특히 돋보인다.
저자는 유럽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고고학적 유적과 박물관 전시물, 교회 사료들을 촘촘히 연결하며 독자가 실제로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수백 컷의 생생한 사진은 이 책을 단지 문헌으로 머무르지 않고 시각적 다큐멘터리로 확장된다. 각종 사료와 문헌에 기반한 설명은 역사의 신빙성을 더하며, 여행기가 아닌 ‘신앙의 고백서’로서의 무게를 더한다.
저자는 종교개혁을 단순히 시대적 사건으로 서술하지 않는다. 위클리프가 왜 성경 번역에 목숨을 걸었는지, 존 낙스가 왜 스코틀랜드의 회중 앞에서 복음의 칼을 빼들었는지, 웨슬리가 왜 광장에서 설교해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단지 사실의 나열이 아닌, 신학적 동기와 목회적 울림이 담겨 있다. 종교개혁의 이면에 깃든 성경 중심 신앙, 회중 중심 교회론, 그리고 고난 가운데 신앙을 지킨 자들의 결연한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성찰을 요청한다.
저자는 또한 순례자로서 유럽을 걸으며 단지 과거를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신앙을 되물었고,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에 개혁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그의 글에는 눈에 보이는 유적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다. ""성서와 신문을 함께 읽어야 교회를 이해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은, 말씀과 현실을 동시에 껴안는 교회사의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은 종교개혁 현장을 찾아가려는 여행자들에게는 훌륭한 안내서이며, 교회사를 공부하는 신학생에게는 살아 있는 교재다. 무엇보다, 신앙의 뿌리를 돌아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에게는 복음이 고난과 대가 속에서 어떻게 전해졌는지를 생생히 증언하는 책이다.
발로 쓴 종교개혁 시리즈"의 세 번째 결실인 이 책의 여정은, 단순히 과거로 향한 길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믿음과 교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순례의 지도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금, 당신의 신앙은 어떤 역사 위에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