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지금 노무현인가?”
대통령 노무현의 유산과 교훈, 그리고 이유 있는 부활
중앙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노무현 연대기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은 제목 그대로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성공과 실패를 담은 기록이다. 노무현은 어떤 사람일까? 사람들은 그를 얼마나 알고, 또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는 지나간 시대의 인물들을 각자의 관점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평가하고 기억한다. 노무현은 그런 역사의 인물들 가운데서도 가장 논란이 큰 존재다. 그는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일한 5년간은 물론,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원칙과 소신을 고집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가 떠난 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퇴임 무렵 지지율이 10%대였던 노무현은 지금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을 꼽는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노무현의 시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는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을까? 필자들은 지난 1년여의 취재를 통해 성공한 노무현과 실패한 노무현을 차분히, 냉정하게 들여다보았다.
모두가 기억하듯 노무현은 민주화 이후 우리 현대사에서 매우 독특한 존재다.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평범하지 않았다. 영광과 좌절, 성공과 실패가 씨줄과 날줄처럼 뒤엉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삶이었다. 5공 청문회 스타로 떴지만 3당 합당에 반대해 낙선을 거듭했고, 간신히 야당 후보가 돼서는 승산 없는 후보 단일화에 나섰다. 드디어 대통령이 되자 이라크 파병,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지지 기반을 버리는 정책 결정을 감행했다. ‘바보 노무현’으로 집약되는 이런 면모들이 언론과의 싸움, 부동산·교육 개혁 실패, 걸핏하면 터졌던 말실수 등 그가 재직 중에 저지른 무수한 실책들을 가려주고 있다.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은 노무현과 참여정부 5년의 이러한 공과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앙의 시선에서 다시 보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노무현의 정치적 욕심은 대통령 자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합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닮고 싶었고, 진심으로 ‘한국의 링컨’이 되고 싶어 했다. ‘노무현식 통합’의 노력은 집권 내내 계속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각본과 달랐다. 통합은커녕 분열과 갈등이 심해져 갔다. 집권 말기에 접어들면서는 우울한 나날들이 늘어갔다. 자신을 “실패한 대통령”이라고까지 했다. 심지어 “애당초 나는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했던 사람”이라는 등의 심한 자학과 회한을 곳곳에 남겼다. 그럼에도 노무현은 만회를 꿈꿨다. 재임 중에 못다 이룬 ‘노무현 정치’를 고향 봉하에 앉아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박연차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공들여 쌓았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노무현은 한없이 자책하면서 스스로를 버렸다. 그렇게 ‘마지막 사과’를 건넨 것이었다. 그 마지막 사과는 파멸의 낭떠러지에 몰렸던 주변을 기사회생시켰고, 나아가서 스스로의 정치적 부활을 만들어냈다. 통합의 정치에는 실패했으나 노무현은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사과와 참회로써 모든 허물과 과오를 덮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불과 15년이 지나면서 어느새 많은 이의 가슴속에 우뚝 서 있다. 바로 그런 노무현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