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나 공기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만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말과 글이다. 또한 한국인으로서 쉽게 읽고 쓰는 우리말, 우리글이지만 올바로 사용하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것이 또 우리 말글이다. 최근에는 정확한 맞춤법이나 어문규정은 신경 쓰지 않고 대충 의사소통만 되면 그만 아니냐는 인식도 퍼져 있다. 신조어나 줄임말이 남발되어 한글이 파괴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TV에 나오는 아이돌은 노래에 신경 쓰다 보면 안무를 틀리고, 안무에 집중하다 보면 노래를 틀린다고 말한다. ‘춤’과 ‘안무’를 혼동하는 것이다. ‘설레다’를 ‘설레이다’로, ‘헤매다’를 ‘헤메이다’로 틀리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부정적인 의미의 ‘장본인’을 긍정적인 문맥에 사용하고도 이상한 줄을 모른다. ‘우습다’와 ‘웃기다’의 의미를 구별하여 쓰는 사람도 거의 없다. ‘손절하다’나 ‘어마무시하다’ 같은 새로운 말이 언중 사이에 파고들어 곧 국어사전에도 등재될 분위기다.
언어가 사회적 약속이라지만, 잘못된 의미와 쓰임이 널리 퍼져서 이제는 바르게 쓰는 사람이 드물 지경이다. 그러나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사회의 성격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사회가 거칠어지면 언어도 거칠어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바르지 않고 혼란스럽다면, 우리의 심리와 생활 태도가 그만큼 혼란스럽다는 의미가 아닐까.,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쳐온 송진섭 작가는 언어의 세계를 무한한 숲에 비유하여 말숲이라 하고, 스스로 그 말숲의 해설사를 자처한다. 해설사의 설명과 안내에 따라 말숲을 산책하면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어휘나 관용구, 외래어나 신조어 등의 의미와 유래를 배우고 올바른 언어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