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작품과 삶에서 건져 올린
위로와 치유의 기록
문학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가
“내면과 외면이 일치해 굳이 이름이 필요 없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사람이나 사물은 없을까? 글을 쓰며 살아가는 내내 늘 궁금했고, 편히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존재들을 갈망했다. 그간 내게 힘이 되어 준 작가들은 시대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여럿 있다. 처음에는 그들의 작품이 좋았지만, 차츰 그들의 삶도 귀감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을 글로 남겼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한마디, 혹은 그들의 존재 자체만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커다란 힘을 얻는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는 글쓴이가 문학을 통해 만난,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반부에서는 마크 트웨인, 현진건, 서머싯 몸, 한용운, 백석, 권정생 등 글쓴이에게 깊은 울림을 준 작가들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다. 작품 속 문장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함께 살펴보며, 그들의 흔적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힘이 되어 주는지를 되새긴다.
문학으로 만난 이웃 같은 작가들,
그 따뜻한 이야기
특히 글쓴이가 직접 경험한 작가들과의 일화는 독자들에게 친근함을 전하며, 색다른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권정생 작가의 별세 소식을 듣고, 광주로 향하던 길을 멈추고 주저 없이 안동으로 차를 돌린 이야기, 위암 수술을 받은 이문구 작가를 위해 아내가 정성껏 준비한 약을 들고 찾아간 이야기, 그리고 이문구 작가의 삶의 면모가 드러나는 일화를 직접 시로 지은 이야기 등은 책 속에서만 만나던 작가들을 마치 이웃처럼 생생한 존재로 느끼게 한다.
후반부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작가들의 작품을 독자로서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동과 그로부터 비롯된 성찰을 전한다. 이를 통해 문학과 삶이 맞닿아 있는 지점을 탐색하며,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치유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후반부에 소개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은 소박하면서도 진한 울림을 준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퇴원하면 모시겠다는 자식이 아무도 없자 ‘서둘러’ 세상을 떠난 것 같은 어머니 이야기를 시로 옮긴 전병석 시인, 상추에는 물을 주면서 옆에 있는 강아지풀에는 왜 물을 안 주냐고 묻는 어린이에 대한 시를 쓴 서정홍 시인, 머리숱이 적은 것을 걱정한 아내 때문에 가발을 쓰고 성당에 나가자 신부님이 “누구시더라?” 하고 알아보지 못하다가 이내 박장대소했다는 이야기를 수필에 담은 류문수 수필가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독자들은 이처럼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작품과 해설을 읽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며, 작가들의 삶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는 작가 박상률이 묵묵하게 걸어온 문학적 여정이자,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따스한 헌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서로에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특별한 사람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