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한국 전통문학이 없느냐고 외국인들이 가끔 묻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시조를 맛본 외국인들은 전통 한옥에서 유숙한 것처럼 시조는 아주 좋은 전통문학이라고 진정 어린 칭찬을 한다고 한다.
외국인이 우리의 한옥을 자기들의 나라에 그대로 옮겨 짓고 있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시조도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 시조 한류의 세계화가 멀지 않았다. 세계가 열광하면 그것은 바로 시조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노벨상을 받기 위하여 문학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 정하선 「시조」에서
시는 언어의 아름다움이고, 시의 아름다움은 모든 생명체들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다. 단어 하나, 토씨 하나에도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 숨쉬고, 가장 짧은 시구인 “선 고운 팔작지붕의 한옥 한 채”(「갈모산방 1」)에서도 우리 한국인들의 영원한 신전이 탄생하게 된다. 정하선 시인의 시조는 소우주이고 신전이며, 정하선 시조의 아름다움에 의해서 우리 한국인들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움직인다. “선 고운 팔작지붕의 한옥 한 채”, 영원한 것은 이 언어의 신전(『갈모산방』)밖에 없다.
- 반경환 『애지』 주간, 철학예술가
한겨울 대숲 바람 긴 마디 잘라내어
그늘에 모진 성깔 다스려 모아 두고
쪼개고 곱게 다듬어 활짝 편 살 만들고
닥나무 깊은 속살 한지로 맑게 떠서
한쪽은 내 마음을 한쪽은 네 마음을
가위로 둥글게 오려 민어풀로 맞붙여
시 한 줄 내려쓸까, 산수화 그려 볼까
붓끝에 대롱대는 생각을 접어두고
태극을 곱게 그리다 흐려지는 눈시울.
- 「단오부채」 전문
언제나 효도하며 본받고 존경받는
가정을 이루어라 신혼 때 주신 말씀
선 고운 팔작지붕의 한옥 한 채 짓는다
한옥의 지붕에선 그 가정 볼 수 있다
부연이 추켜올린 서까래 날렵하고
추녀는 날개 활짝 펴 하늘 위로 오르고
가까이 봐도 곱고 먼 데서 더 고운 멋
안 보여 알 수 없어 찾아본 숨은 내력
다듬은 나뭇조각에 내조의 공 숨 쉰다.
* 갈모산방: 추녀선이 날렵하도록 도리 위에 끼워 넣는 나뭇조각
- 「갈모산방 1」 전문
단독도 아파트도 물려받지 못했다
신혼의 첫 장에다 쓴 글은 ‘내 집 갖자.’
변두리 한 홉 못 되는 활엽수림 위라도
생나무 꺾어다 집을 짓지 않는다
기둥도 대들보도 삭정이로 맞추어도
바닥은 엄마 냄새 밴 젖가슴 털 뽑아서
빗물이 들어와도 가족들 가슴에는
축축이 젖지 않는 포근함 지으려고
부부는 작은 가지도 애정의 홈을 파서
새들은 바람 불 때 둥지를 짓는다는
조상들 이어 내린 가훈도 걸어놓고
난관을 시험 삼으며 견고함을 짓는다.
- 「까치 신혼집 건축기」 전문
전통 한옥을 아끼는 분들은 우리 전통 한옥의 원래 모습을 훼손하지 않게 잘 보존하여 아름답고 살기 좋게 가꾸어 나가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전통 한옥의 외형적 구조를 잘 유지하면서 내적으로 주방이나 화장실 등을 현대식으로 만들어 전통 한옥의 조금 불편한 곳을 개조하여 불편 없는 한옥생활을 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또는 가야금이나 거문고, 대금 연주도 하지만 전통 한옥에서 색소폰이나 기타, 등 서양악기를 연주하여 흥취를 돋우는 분들도 있다. 그 또한 절묘하게 어울리는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대금이나 퉁소나 가야금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젊은이들도 많은 참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가야금의 줄을 줄이거나 늘이려는 사람은 없거나 극소수다. 대금이나 퉁소의 구멍이나 구조를 변경하고 이것이 좋은 악기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열심히 연습한다. 평생을 그 한 악기에 바쳐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려고 연주하기 위해 국악인들은 노력한다.
시조는 정형이라는 일정한 틀이 있고 그 틀에 맞게 곱게 짜야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형식의 날실에 좋은 재료와 정성이라는 생각의 씨실로 품격 있고 아름다운 직조를 하여 잘 짜낸 작품이 귀한 비단 같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시조 시인들은 시조의 형식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현대감각과 아름다운 예술혼이 살아있는 고운 무늬의 작품을 빚어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시조 시인들은 시조의 형식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미와 감동이 함께 어우러진, 새롭고도 아름다워 진한 감동이 저절로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시조의 정형성을 잘 지키면서 그 이랑에 아름다운 시의 씨를 뿌려 명작으로 가꾸는 정신, 이 정신이 시조 시인들이 지켜야 할 자부심이고 의무이며 미학이고 덕목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못 미치는 미흡함이 태반이지만 더 노력함으로 이 글에 가까이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