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양행과 함께 걸어온 길》은 한 개인의 자전적 회고록을 넘어, 한국 산업화 시대의 뜨거운 현장을 몸소 경험한 한 기업인의 역사적 증언이다. 저자 한상량은 현대건설에서 시작해 현대양행, 현대중전기, 한국중공업, 만도, 한라그룹 등 산업계 전반을 누비며 한국 중공업의 발전과 함께 걸어온 실무 경영자이다. 그의 삶의 궤적에는 1960~1990년대 대한민국 산업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폭넓은 산업사적 시야를 제공한다. 태국과 베트남, 미국과 유럽, 중동과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해외 프로젝트 참여 경험은 물론, 중장비·발전설비·시멘트·제지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산화 사업의 최전선에 있었던 저자는, 각 산업이 형성되고 몰락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증언한다. 특히 정주영 명예회장님과 정인영 명예회장님 등 현대그룹 창립 세대와 함께했던 기억과 판단, 그리고 그들이 남긴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풀어낸 부분은 산업사적 사료로서도 가치가 크다.
무엇보다 이 책은 ‘기록’에 그치지 않고 ‘사람’을 이야기한다. 조직 내 소외와 좌절, 성취와 전환을 경험한 저자의 목소리는 매우 현실적이고 진솔하다. 그는 정치적 격변기, IMF 외환위기, 기업의 부도와 인수합병 등 수많은 경영 위기 속에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 실무자”로서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신뢰, 갈등, 유대의 기억은 이 책의 또 다른 중심 축을 이룬다.
《현대양행과 함께 걸어온 길》은 산업과 기업, 사람에 대한 역사서이며, 동시에 한 인간이 겪은 격동의 삶을 담은 인생서이다. 대한민국 산업사와 함께 성장한 세대는 물론, 기업과 경영의 의미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될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일은 사람과 사람의 상호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산업도, 기업도, 결국은 사람이 만든다는 진실을 이 책은 깊이 있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