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틱톡, AI 챗봇이 넘쳐나는 시대, 우리나라 만 3~9세 어린이들의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은 하루 3시간을 넘었다. 60초 이내의 숏폼 콘텐츠를 하루에 1시간씩 보는 어린이의 비율도 50퍼센트가 넘는다.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은 아이들의 뇌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자녀들을 “현실에선 과잉보호하고 온라인에선 과소보호한다.” 현실에선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확인하고 지시하고 통제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놀이와 자유를 허락하고 온라인에선 보다 세심한 개입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동영상 시청을 걱정하는 이유는 첫째는 부모 또는 사람과의 대면 상호 작용 시간을 줄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 시간에 배워야 할 적절한 신체, 언어, 정서 자극 등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앱 또는 웹사이트가 설계되는 방식 자체가 “화면을 계속 들여다볼 정보를 보여 주는 것”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 즉 높은 교육열과 스마트 기기 보급률은 아이들이 아주 어린 시기부터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게 만든다.
아이와 동영상 때문에 씨름 중인 가정에서는 “도대체 아이가 언제 스스로 스마트폰을 끄고, 유튜브를 끄고, 책상에 앉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은 절대로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에게 전권을 맡기면 스스로 해낼 거라는 것은 환상이다. 그런 정도의 의지와 결심은 뇌 발달상으로 말하면, 전두엽 발달을 마치는 30대 정도가 되어야 될까 말까이다. 그 사이에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들의 뇌는 크게 망가져 버릴지도 모른다.
디지털 미디어에 끌려다니지 않고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 자기 조절력’을 기르려면, 양육자의 엄청난 개입이 필요하다. 가정 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너무나 중요하다. 아이들은 도움이 필요하다. 옆에서 지켜만 보아서는 절대 안 된다.
아이의 ‘미디어 문해력’, ‘미디어 자기 조절력’을 키워 주는 방법은 나이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만 3세까지는 영상 노출을 최대한 제한하는 것이 좋은데, 만 18개월 이후 영상을 시청할 경우에는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좋다. 그러나 큰 원칙은 동일하다. 우선 디지털 미디어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큰 화면으로’ 봐야 한다. 부모의 시청 지도가 있는 경우,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지 않은 경우와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면서 혹은 영상 시청 후에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야 한다. ‘키즈 전용 설정’을 하고, ‘자동 재생 사용을 정지’하는 것도 필수. 아이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부모가 신중히 고르는 노력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가정에 맞는 ‘미디어 규칙’을 세우는 것. 기분에 따라 들쑥날쑥 미디어를 이용하게 되면, 미디어 통제가 더욱 힘들어진다. 언제, 얼마큼, 무엇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등을 자세하게 정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일수록 좋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다녀와서 오후 5시에 30분 동안”, “TV로”, “엄마랑 같이”, “핑크퐁 율동 동요 보기”와 같이 정하면 좋다. 영상, 스마트폰, 게임에 관한 규칙을 각각 만들면 더 효율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이와의 대화는 필수다.
감시와 통제만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 첫 단추를 잘 꿰면 좋은 미디어 습관을 기르기가 쉽다. 15년간 어린이와 미디어를 주제로 커리어를 쌓아 온 저자가 초등생 아이를 키우며 겪은 실전 경험을 더해 ‘미디어 자기 조절력 기르는 방법’, ‘나이별 미디어 활용법’, ‘미디어 규칙 만드는 법’ 등을 알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