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보가 넘쳐 나는 시대를 위한 안내서이자, 우리의 믿음 아래 숨겨진 망상의 실체를 드러내는 책.
- 메리 로치(『전쟁에서 살아남기』 저자)
친근하면서도 뻔뻔스러울 정도로 재미있게 우리 마음의 ‘최악의 습성’을 통쾌하게 해부해 낸다.
- 사브리나 임블러(『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저자)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책.
감각적인 문체와 지적인 유머로 ‘비이성’이 어떻게 이 시대의 주류가 되었는지 설명한다.
- 《커커스리뷰》
왜 모든 망상은 그토록 논리적일까?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것들도 왜 보다 보면 말이 될까?
“말이 안 되면, (그럴듯한 설명을 덧붙여서라도) 되게 하라!”
우리가 믿는 모든 ‘그럴싸한 이유’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현대인의 마음속 ‘합리적 망상’을 추적하다
소셜미디어 시대, 넘쳐흐르는 정보 자극 속에서 우리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연예인이며 인플루언서들에게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워졌지만 그럴수록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마음의 평화는 더 멀어져 간다. SNS상에서 누군가를 숭배하듯 추종하다 그가 구설에 오르는 순간 정의의 이름으로 퇴장시키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세계 곳곳에서는 진실일지 거짓일지 모를 극단적인 뉴스가 연일 보도되며 새로운 음모론자를 양산한다. 이제 모두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러나 눈앞의 정보가 가짜이든,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하든, 당장 그럴듯해 보이기만 하면 상관없다. 아니, 상관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이토록 급변하는 정보 과부하 시대에 모든 정보를 혼자서 판단하기엔 우리 뇌는 여전히 선사시대에 머물러 있다. 한때 우리 뇌가 생존을 위해 발달시켰던 인지 편향이, 지금 내 망상이 완벽하게 합리적이라고 속이며 진실을 외면하게 하고, 우리를 각자의 필터버블 속에서 헤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 속 젠더 부조리를 분석한 첫 책 『워드슬럿』과, 희망을 대가로 광신을 부추기는 컬트 언어를 다룬 『컬티시』를 통해 이름을 알린 어맨다 몬텔의 세 번째 책 『합리적 망상의 시대』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음모론자도, 악성 팬도, 가짜 뉴스 신봉자도, 망상에 빠진 우리 모두가 철석같이 자기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맨다 몬텔은 정보 과부하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하게 작동시키는 주술들, 즉 각종 인지 편향과 왜곡된 사고 들을 ‘주술적 과잉사고(Magical Overthinking)’라 명명한다. 본래 ‘주술적 사고’란 마음속 생각이 실제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리키는 심리학 개념이다. 저자는 이 개념을 확장해, ‘말이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말이 되게’ 만들고,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 신화를 만들어 내는 인간의 오래된 습성을 짚어 낸다.
우리 마음의 착각은 이토록 오래된 것이지만, 오늘날 이 착각들이 더욱 강력하고 문제적인 이유는 세상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붕괴했기 때문이다. 2020년대에 들어 ‘탈진실’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우리는 이제 각자의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에 갇혀 저마다의 현실을 살아간다. 몬텔은 이러한 현상이 단지 기술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정보와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라는 ‘과잉사고’의 압박이 낳은 현시대 특유의 병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과잉사고가 모든 것을 그럴듯하게 설명하려 드는 오래된 습성인 주술적 사고와 만나면, 걷잡을 수 없는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생각도, 정보도, 감정도, 모든 것이 지나치게 많아져 결국 머릿속에서 미로처럼 뒤엉켜 버리는 것이다.
“마음은 한 번도 완벽하게 합리적이었던 적이 없다”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마음이 부리는 주술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11가지 인지 편향
서장을 제외한 총 11개 장으로 구성된 『합리적 망상의 시대』는 각 장마다 한 가지 인지 편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각 장에서 어맨다 몬텔은 자신과 주변의 일화, 또는 대중에게 친숙한 시의적인 사례를 통해 인지 편향의 작동 원리를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다.
자신이 숭배하던 셀럽이 사소한 환상을 배반하는 순간 안티로 돌아서 버리는 ‘악성 팬덤’의 감정 역동을 설명해 주는 ‘후광효과’(1장), 극우적 음모론이든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믿음이든, 모든 일에 그만한 원인이 있기를 바라는 ‘비례 편향’(2장), 언젠가 해피엔딩이 올 거라고 스스로에게 희망 고문을 하며 학대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매몰비용 오류’(3장), 나보다 잘나가는 인스타그램 속 누군가를 향한 불필요한 질투로 잠 못 이루게 하는 ‘제로섬 편향’(4장),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에서 우연과 행운이라는 요소를 간과하게 만드는 ‘생존자 편향’(5장), 이번에도 낚시일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갱신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자꾸 클릭하게 유도하는 ‘최신성 환상’(6장), ‘진짜 알고 있는 것’과 ‘금방 찾아볼 수 있는 것’을 착각해 자신이 실제보다 많이 안다고 믿는 ‘과신 편향’(7장), 허황된 정치 구호나 광고 카피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그럴싸하게 들리는 심리를 설명하는 ‘환상 진실 효과’(8장), 자신이 믿는 것과 다른 사실을 본능적으로 외면하게 만들어 모두를 각자의 필터버블에 갇히게 하는 ‘확증 편향’(9장), 분명 어제도 오늘만큼 구렸는데 과거를 미화하며 현재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키는 ‘쇠퇴론’(10장), 자기 손이 조금이라도 닿은 결과물에 콩깍지가 씌게 되는 마법의 근원인 ‘이케아 효과’(11장) 등 11가지 인지 편향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회과학과 인지심리학이 조합된 ‘인지 편향’ 탐구서이자
명석함과 재치, 시의성이 돋보이는 사회·문화 비평서
오늘도 합리적인 척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조금은 사적이고 유용한 가이드
『합리적 망상의 시대』는 사회적으로 첨예한 시의성을 지닌 사례들, 어맨다 몬텔 특유의 명석하면서도 재치 있는 고찰,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연구 결과들, 그리고 자신 역시 이러한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소탈하고 진솔한 개인적 이야기가 어우러져 독특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신선한 감각의 사회 비평서로, 또 어떤 페이지에서는 온기가 느껴지는 자전적 에세이로 읽히는 다채로운 지적 여정이 펼쳐진다.
인지 편향이 이 책의 주역이라면, 몬텔이 근거나 사례로 활용하는 사회현상에 대한 예리한 고찰은 주연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매력적인 조연으로서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예컨대 SNS상에서 팬들이 셀럽을 상징적으로 ‘처형’하는 행위에 가까운 캔슬 컬처(손절 문화)에서 후광 효과의 작동을 짚어 내거나, 뷰티 산업이 내세우는 ‘자기 몸 긍정주의’ 담론 이면의 모순을 드러내는 대목, 극우 포퓰리즘이 ‘좋았던 과거’에 대한 환상을 정치적 무기로 삼아 온 전략이 오늘날만의 현상이 아니라 현대사 전반에 걸쳐 반복돼 왔음을 지적하는 대목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어린 저자가 보기에 ‘너무나 완벽한’ 인물이었던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저자 자신의 인지적 오류를 인정하는 장면, 사랑이라 믿고 헌신했던 첫 연애가 실은 학대적 관계를 동반한 ‘1인 컬트’였다는 고백, 그럼에도 과거 자신의 선택을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생으로 껴안겠다는 다짐, 그리고 제로섬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 은밀하게 질투하던 타인과 친구가 되기를 시도했던 경험 등은 이 책에 따뜻한 온기와 인간적인 매력을 더한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자기기만의 천재들이다!”
정보도 생각도 감정도 과한 21세기,
각자의 고립된 머릿속에서 빠져나오는 법
논리로 포장된 자기기만 속을 헤매는 우리에게, 『합리적 망상의 시대』는 근거 없는 ‘힐링’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의 뿌리 깊은 인지 편향이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작동하는지를 밝힘으로써 마음속 미로에서 빠져나올 단서를 건넨다. 집단적 인지 편향이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오늘날, 이런 시도는 개인의 심리 통찰을 넘어 사회 전체의 인지적 면역력을 키우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해 왔지만 지금 이 시대에 더욱 강렬해진 자기기만의 본능. 그 본능을 깊이 있고 생생하게 포착한 이 책은 인간 사고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너그럽게 받아들이게 돕는다. 또한 복잡해진 세상을 이전보다 더 주의 깊고 선명하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정보도 감정도 넘쳐 나는 시대, 그 안에서 여전히 모순된 선택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솔직하게 이해하고 마주할 수 있다면, 분명 우리는 이 ‘합리적 망상의 시대’를 조금은 더 현명하게, 그리고 조금은 덜 외롭게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