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주(아주대학교 수학과 석좌교수), 김재경(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추천
수학에는 답이 있다
불확실한 삶의 문제를 푸는 네 가지 수학적 사고법
인생을 살아가다가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로 골머리를 썩을 때면 수학처럼 명쾌하게 답이 딱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 삶도 수학 문제처럼 시원하게 풀 수는 없을까?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의 응용수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섬프터는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셀룰러 오토마타 모델을 중심으로 한 네 가지 수학적 사고법을 제안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과학과 수학의 핵심은 더 나은 추론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다.’ 셀룰러 오토마타 모델은 단순한 규칙에서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패턴을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정해진 규칙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수학의 특성을 보여준다. 또한, 이 모델은 겉으로는 복잡해 보이는 현상의 본질에 단순한 규칙이 있음을 추측하게 한다. 따라서 셀룰러 오토마타가 보이는 패턴에서 파생한 통계적, 상호작용적, 카오스적, 복잡계적 사고를 익히고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한다면 복잡해 보였던 삶의 문제들이 단순하게 풀어지고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1) 통계적 사고법
통계적 사고법은 숫자와 데이터를 근거로 상황을 판단하는 방법을 말한다. 반복되는 데이터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하려면 숫자로 나타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었는지, 나타난 통계에 어떤 함정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즉,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확률과 통계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국가별 행복 점수와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는 수많은 다이어트 정보를 통계적 사고법의 예시로 들고 있다.
건강한 식사의 핵심은 신선한 채소를 먹고 상자나 캔에 담긴 가공식품을 피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평균적인 슈퍼마켓에는 4만 개가 넘는 제품이 있다. 그 대부분이 가공식품이며 많은 제품이 건강상 이점을 주장하는 마케팅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 문구는 각 다이어트 식단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사실을 악용하여 자기 제품이 저지방이나 저탄수화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해당 제품이 고도로 가공된 식품이라면 저지방이든 저탄수화물이든 별다른 이점이 없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12년 더 오래 사는 법」
정보 과잉 시대에 이제는 챗GPT에게 물어보면 수초 이내에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받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가 넘쳐나는 만큼 무분별한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 근거가 있는 정확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의 필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2) 상호작용적 사고법
-상호작용적 사고법은 우리가 다른 사람, 사회, 세상과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패턴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세상은 안정적인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사실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무한한 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때문에 패턴을 파악하는 순간 복잡해 보이는 삶의 문제들을 단순하게 정리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집단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패턴을 통해 내 주변의 환경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갈등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티핑 포인트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그룹이 다섯 명의 문턱을 넘어서면, 피드백 효과가 그룹의 상태를 유지시킨다. 이제 그룹 내의 동료 압력은 건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만약 제니퍼가 이전의 건강하지 않은 행동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친구들이 그녀에게 조깅하러 가자고 하거나, 에어로빅 강습에 오라고 상기시킬 것이다. 심지어 그룹에서 가장 소극적이었던 멤버들조차 단체 채팅방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결과가 투입한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제니퍼가 친구들을 설득하기 위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했지만, 일단 문턱을 넘어서면 그룹을 유지하는 데 거의 노력이 들지 않는다.
-「친구들을 운동에 끌어들이는 법」
3) 카오스적 사고법
-카오스적 사고법은 상호작용적 사고법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우리가 관찰하는 패턴이 항상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카오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패턴 속에서 스스로를 조절하려는 우리의 태도다. 이는 삶의 예측 불가능한 면모를 설명한다.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나비 효과’가 카오스의 좋은 예시가 된다. 책에서는 이것이 사실 ‘갈매기의 날갯짓’이라는 사실을 짚어주며 소개한다.
1972년, 로렌츠가 강연 제목을 정하지 못하자 주최 측에서 ‘브라질에서 발생한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목으로 선택했다.
이 제목은 인상적이긴 하지만 카오스라는 개념에 대해 약간 잘못된 인식을 하게 만들 수 있다. 마치 아마존 어딘가에 있는 한 마리의 나비가 날갯짓 한 번으로 텍사스에 강력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비 효과를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북대서양에서 두 달 후 발생할 폭풍을 정확히 예측하려면 전 지구 곳곳의 대기 상태를 알아야 하고, 그 안에는 아마존의 나비가 날갯짓을 했는지도 포함된다”라고 설명해야 한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특정한 나비, 초콜릿 한 조각, 또는 바에 있는 한 명의 손님 그 자체가 아니다. 삶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모든 나비, 모든 초콜릿, 모든 낯선 것들에 대해 알지 못하는 우리의 불가피한 한계다.
-「나비 효과」
4) 복잡계적 사고법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복잡계적 사고법은 앞에 소개한 통계적, 상호작용적, 카오스적 사고법을 이해하고, 이 모든 것이 각각 나타날 수도, 때로는 한꺼번에 나타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복잡계적 사고를 이해한다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그것은 불규칙적이며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완벽히 정의할 수 없는 존재임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와 타인이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때 역으로 우리는 단순한 해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교훈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감을 부여한다. 직장에서의 역할 때문이든 사회적 위치 때문이든, 당신이 영향력 있는 사람이나 인기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기 위해 물리적 위치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다른 사람들이 합류하지 못하도록 막는 폐쇄된 친구 그룹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과 걸을 때 뒤를 돌아보고 누군가 따로 떨어져 혼자 걷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라. 가끔 강의실에서 모르는 사람 옆에 앉아 몇 마디 말을 건네보라. 우리의 상호작용 방식은 의도치 않게 집단적으로 우리 사이에 견고한 경계를 만들어낸다. 이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인식하고 이 경계를 허무는 것은 각 개인의 책임이다.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새로운 렌즈」
위대한 수학자들은 자기 삶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수학으로 깨달음을 얻었던 그들의 이야기
이 책에서는 실제로 네 가지 수학적 사고법을 통해 자기 삶의 문제를 해결했던 수학자들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피식자-포식자 모델로 자연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역동성을 설명한 ‘알프레트 로트카’, 수학적 추론법으로 우주선 발사와 이착륙 프로그램의 오차를 획기적으로 줄여 아폴로 11호 임무 성공에 기여한 ’마거릿 해밀턴‘, 수학의 복잡도와 삶의 가치를 연결한, 현대 수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천재 ‘안드레이 니콜라예비치 콜모고로프.’ 이들은 모두 수학을 도구로 복잡한 문제들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이들이 수학으로 풀고자 했던 문제는 일과 커리어, 우정과 사랑, 인간관계와 같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들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그들이 했던 것처럼 수학적 사고법을 우리 삶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다.
‘패턴이 형성되는 원리를 깨닫는 순간
세상이 우리에게 던진 농담의 의미를 알아차린다’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더 좋은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수학 공부
이 책은 수학이 단순한 계산을 넘어 철학적 사유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다양한 예시와 여러 수학자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복잡한 수식이나 어려운 계산 없이도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쉽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데이비드 섬프터의 수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뛰어난 능력이 돋보인다.
저자뿐만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수학자들은 수학을 통해 궁극적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나 자신이 누구인지 찾고자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딱딱하고 차갑게만 느껴졌던 수학이 사실은 세상을 세심하게 이해하는 따뜻한 학문임을 새롭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