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의 〈별 볼일 없는 여자〉는 19세기 말 영국 상류사회 속 위선과 성 도덕의 이중잣대를 들춰 내는 풍자극이다. 한적한 시골 저택에 모인 귀족들과 지식인들이 겉으로는 세련되고 고상한 대화를 주고받지만, 그 밑바닥에는 타인의 과거를 폭로하며 자신의 지위를 지키려는 냉혹함이 깔려 있다. 젊고 유망한 제럴드, 그를 후원하려는 과거를 숨긴 채 살아온 그의 어머니가 중심 인물이다. 이 세 인물의 관계를 통해 사회가 ‘여자’에게 부과한 책임과 수치, 그리고 ‘남자’에게 허용된 면죄부를 냉소적으로 드러낸다.
잉글랜드 시골 저택에서 열린 사교 모임에 상류층 인사들이 모인다. 그들 사이에서 젊고 유능한 제럴드는 사회적 지위가 높고 사교계에서도 평판이 좋은 일링워스 경으로부터 비서직을 제안받는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아버스노트 여사는 어떤 이유에선지 아들에게 두 번 다시 없을지 모를 입신 기회를 뜯어말린다.
〈별 볼일 없는 여자〉에서는 오스카 와일드 특유의 재치 있는 대사와 반어가 돋보이는데, 특히 도덕을 말하지만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들, 권위를 강조하지만 공허한 가치로 가득한 사회를 냉소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때 스캔들로 휘청였던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듯, 그는 특히 여성의 침묵을 강요하고 과거를 빌미로 인생 전체를 통제하려 드는 사회 구조를 비판한다. 단순한 사회 풍자를 넘어 인물 간 미묘한 권력 관계와 감정의 균열을 그려 낸 이 희곡의 메시지는 현재까지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누가 중요하고, 누가 중요하지 않은가? 그 판단은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내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