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와 같이 작가의 머릿말 일부를 통해 서평을 대신한다.
〈글작가 곽유경의 머리말 중에서〉
2016년부터 우리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현대화하는 연구를 하면서 다양한 식 재들을 접해 왔다. 2021년부터 〈정조지〉 속의 과자를 복원하는 한편, 〈정조지〉 식감촬요 편의 식재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하였다. 곡식, 채소, 과일, 짐승, 새, 물고기 등이 어떻게 우리와 오랜 시간 동안 관계를 맺어 왔는지 알고 싶었고, 알려주고 싶었다. 급격한 환경 변화로 상전벽해(桑田 碧海)라는 말이 실감 난다. 단순히 동식물이 사라지는 것뿐 아니라 음식 속에 담긴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철학, 문화까지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정조지〉 식감촬요의 식재들을 알아가면서, 19세기에서 21세기까지 200여년 의 시간적 간격을 확인하였다. ‘식감촬요’에 없지만, 현재의 우리 음식에 활용되 는 다양한 식재들을 조사하고 공부하였다. 꽃, 유지류 및 난류, 곤충류, 구황식 량으로 쓰였던 음식 감들이 추가되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임을 실감했다. 사라져버린 식재를 찾아 전국 구석구석을 찾아다 녔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땅과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을 느끼고 제때에 맞춰 얻은 다양한 식재료들을 살펴보 고 이것으로 만든 우리 음식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담았다. 필요한 경우에는 음 식에 관련된 이야기나 풍습 등도 삽화로 함께 실어 우리 음식문화의 정서를 함 께 느낄 수 있게 배려했다. 단순한 식재료에 대한 정보보다는 식재료가 주인공 이 되어 우리와 어떻게 호흡하고 교감했는지 알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림작가 박숙경의 머리말 중에서 〉
내가 해야 될 일은 정조지에 소개된 식재료를 그리는 일이었다. 옛 책에 나오는 내용을 현대화 하여 따뜻한 정서로 풀어내는데 있어서 세밀화가 적합하다는 생각이셨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 3년이 흘러갔다. 식물 외에 동물, 조류, 어류등 다양한 소재를 접하고 그렸다. 세밀화는 작가의 미적인 안목과 함께 대상의 정확한 정보를 담아야 하기에 처음 접해보는 대상 의 정보를 파악하는 점이 어려웠다. 그리는 소재는 직접 만나서 공감하며 찍 은 사진으로 그리는 것이 가장 좋다. 그동안 개인 작업이나 프로젝트하며 만난 식물 사진을 참고해 그렸고 관련 기관에 방문하기도 하였다. 모든 소재를 직접 관찰해서 그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계절이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소재들은 세밀화 작가와 지인, 풍석문화재단에서 지원해주신 사진을 참고하였고 인터넷 (모야모, 네이처링, 블로그)에 있는 사진들을 참고하기도 하였다. 대상에 대한 이론적인 정보는 도감과 국립수목원(홈페이지)을 참조하였고, 상황 이 연출된 삽화를 넣어 재료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때로는 힘에 부치고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곽유경 소장님은 이 일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주곤 하셨다. 다양한 동식물을 그릴 때 대상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어떻게 그려야할지를 조언해 주셨다. 옛 음 식을 복원하는 일을 하시면서 구하기 힘든 재료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 지 않고 달려가신 일이며 그릇하나를 고르더라도 음식의 맛과 색감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신다는 것, 그 여정에서 만났던 토종 재료들과 조리된 음식 들이 조화롭게 플레이팅된 모습을 보고 듣는 것 만 으로도 이 작업의 본질적 인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3년여의 시간동안 다양한 식재료를 그리면서 각 식재료가 가진 특징적인 아 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식생활에서도 작은 변화가 왔다. 되도록 재료 본연의 상 태를 크게 변화를 주지 않은 조리법으로 먹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토종 식물 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토종은 우리 지역에 잘 적응해 살아온 뿌리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