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바다, 그 이면의 쓰레기 무덤
관심만큼 보이는 해양쓰레기의 심각성
무엇이든 관심이 있어야 제대로 보인다. 환경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혹 길가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보고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는가? 대체 누가 버렸는지, 왜 아무도 치우지 않는지 생각하진 않았는가?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랬다. 그전까지 제주바다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바다에 갈 때마다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면서 누가 왜 버렸는지 스트레스를 받고, 누군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 여행으로 간 발리에서 서핑 중 담배꽁초, 플라스틱 컵 등의 해양쓰레기에 둘러싸인 경험 등이 쌓여,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2017년 첫발을 내딛은 세이브제주바다는 깨끗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매주 해양쓰레기를 줍고 있다.
저자는 제주도 남쪽인 중문에 파도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여름이 오는구나 싶었고 제주도 북쪽인 월정이나 이호로 파도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겨울이 오는구나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후부터 계절의 변화도 ‘쓰레기로 느끼고 있다.’
제주는 계절에 따라 해류의 방향이 바뀌는데, 여름에는 해류가 제주도 기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흘러 남쪽에 위치한 중문, 사계 바다나 표선으로 어마어마한 해양쓰레기가 밀려온다. 겨울에는 해류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흘러 제주 북쪽 해안에 많은 쓰레기가 떠밀려 온다고 한다.
이런 쓰레기에는 우리의 생활이 반영된다. 일례로 코로나 이후에는 제주 해안가에 마스크와 물티슈(물티슈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쓰레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모래사장의 흰 모래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스티로폼 알갱이다. 도로 가장자리와 돌담 사이사이에도 담배꽁초, 커피컵, 생수병이 쌓여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관심이 없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바다, 그 바다의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자와 지키려는 자가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나 하나들의 힘을 믿으며
오늘도 해양쓰레기를 줍다
나 하나 쓰레기 좀 줍는다고 뭐가 그리 달라질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몇십 명이 한꺼번에 해양쓰레기를 주우면 변화가 바로 느껴진다고 한다. 가득 찬 쓰레기 자루와 깨끗해진 바다를 보면 뿌듯함까지 찾아온다. ‘나 하나’가 모여 총 1만 1,261명이 2017년 12월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 약 103.8톤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했으니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물론 저자 역시 해양쓰레기 줍기가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렇게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통해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보고 느끼는 사람들이 본보기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지구는 하나의 바다로 이어져 있다. ‘하나의 바다, 하나의 세계, 함께하는 우리’라는 세이브제주바다의 슬로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우리 앞바다를 청소하는 것은 전 세계 우리 모두를 위한 길’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환경운동가’라는 단어를 너무 무겁게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환경운동가는 완벽한 사람을 칭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자신만의 방식대로 환경을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힘쓴다면 당신은 환경운동가이다.”
환경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건 어떨까? 매일, 많은 양이 아니어도 된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한 번에 3개’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저자는 말한다. ‘의도했든 실수였든 내가 만들어낸 쓰레기를 누군가가 대신 주워주고 나도 누군가가 만들어낸 쓰레기를 주워준다면’ 지구는 좀 더 깨끗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