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빛나는 삶의 순간
『사랑의 이동』은 삶의 굴곡을 성실히 걸어온 한 여성의 일상이자 세대와 가족, 나이 듦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수필집이다. 이 책은 4부로 나뉘어, 개인적인 기억에서 공동체의 삶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가족 간의 사랑에서 삶의 철학으로 확장되며 이어진다. 작가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그 안에 숨겨진 의미와 감정을 길어 올린다. 어린 시절의 추억, 부모님과의 작별, 손주와의 교감, 부부로 살아온 시간,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사랑의 흔적을 정갈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1부 ‘철수 할아버지’에서는 아버지와 철수 할아버지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기억과 세대 간의 연결을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등 일상에서의 사색이 담겼다. 2부 ‘내 편’에서는 가족의 일상과 감정, 특히 부모를 떠나보낸 슬픔과 며느리로서의 다짐, 그리고 노년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3부 ‘함께 가는 길’에서는 남편, 자녀, 손주와 함께해 온 시간 속에서 발견한 평범한 순간들의 특별함을 전한다. 4부 ‘때로는 차선을 선택한다’에서는 중년 이후의 삶을 반추하며, 변화를 받아들여 일상의 루틴 속에서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임우희 수필가는 담담한 어조 속에 진심을 녹여 낸다. 신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암 투병 중 허리를 다쳐 큰 수술을 받는 등 인생의 굴곡 앞에서도 한결같은 온기를 잃지 않으며 삶을 껴안는다. 결혼, 육아, 일, 가족 간의 거리, 그리고 노년을 준비하는 마음까지, 모든 순간이 저자의 글 안에서 조용히 빛을 발한다.
『사랑의 이동』은 자신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또 다음 세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건넨다. 이 책은 누군가의 인생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삶의 아름다움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그래서 빛나는 수필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