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옆에 있으면 행복은 햇살처럼 스며들고
우울은 바람처럼 사라지지”
복잡한 서울살이에 지쳐서 이사한 강화도에서 강예신 작가는 뜻밖의 우연이 묘연이 되어 길고양이들을 돌보며 살게 되었다. 처음엔 집 마당에 찾아온 길고양이 한 마리에게 밥을 주었던 게 시작이 되어, 어느새 소문을 들었는지 점점 길고양이 식구가 늘어난 것이다.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 주며 그들의 행동과 표정을 살폈다.
강예신 작가는 “나에게 고양이들은 나와 같은 하나의 생명이었고, 우연히 만난 작은 친구들이었다”라고 말한다. 자신은 사료를 구매할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다가다 만난 하나의 생명이 밥을 달라는 부탁에 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 줄 때마다 그들의
소리 없이 툭 던지는 무심한 행동과 귀여운 표정을 볼 때면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선물 받은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작가가 들려 주는 이야기를 통해 고양이들이 배를 채우면 싸우지 않고 그 이상의 욕심도 내지 않은 채, 따뜻한 햇살에 몸과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행복이 삶에 스며들고 우울은 바람처럼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들과 함께한 하루하루가 쌓여서
어느새 나의 기분은 행복으로 정해졌다
한낮에 드는 볕을 벗 삼아 쉬곤 하다가 어느 날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억울이, 3기에 걸쳐 새끼 고양이들을 데리고 당당하게 나타나곤 했던 옥토끼, 귀여운 얼굴을 들이밀어 집 앞에서 유일하게 츄르를 받아먹던 조조, 따스한 앞마당의 햇살 아래에서 잠든 새끼 고양이 양말이들.
강예신 작가가 이름을 붙여 주고 마음을 쓴 고양이들이다. 마음을 쓰게 되면 귀가 예민해져서 소음과 음악 사이를 뚫고 고양이들의 요구도 들리게 된다. 그들의 소리는 마법의 주문이 되어 졸린 눈을 뜨게 하고, 귀찮음을 제치고 일어나게 만든다. 이렇게 작가는 어느새 충실한 집사가 되어 가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밥 달라 보채는 귀찮음이 관심으로 바뀌고, 관심이 애정으로 바뀌는 시간을 거쳐 걱정을 남겨 놓았지만, 하나의 삶이 생각보다 단단하다는 것도 알았다. 눈 오는 날 서로 장난을 치며 뛰어다니는 고양이들을 지켜보면서 단지 배부르고 잘 자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즐거워하며 좋아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그들에게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공감 가는 담백한 글과 따뜻한 그림이 어우러진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욕심 없이 단순하게 사는 모습을 볼 때면, 작은 생명들이 사람보다 낫다고 여기게 된다. 배를 까는 애교로 간식을 한 개씩 더 받아먹는 걸로 쉽게 행복해할 줄 알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감정을 속이려고 애쓰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승전결 없는 완만한 다큐멘터리 같은 그들의 일상이 스며들게 되면 자신에게 편안한 쉼을 주는 법을 알게 되고, 내가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아지고 쉽게 행복해지는지 천천히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