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에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까지 16가지 우리 기록 유산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 기록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이다. 몽골의 침입 등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신적 무기로 제작된 불교 경전 모음인 고려대장경은 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제작되었다. 8만여 장의 목판에는 부처의 말씀뿐 아니라 고려인의 지혜와 기술, 종교적 열망이 담겨 있다. 현재 경상남도 해인사에 보관 중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완전한 대장경으로 평가받아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그 자체로 국난 극복의 상징이며, 후대에 이어질 공동체 지성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간의 국정 전반을 왕이 세상을 떠난 후에 정리한 기록으로, 총 1,893권 888책에 달한다. 사관들이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며 사실을 철저히 남겼고, 왕조의 사망 후 실록청을 설치해 편찬되었다. 편년체 형식으로 정치, 외교, 군사, 문화 등 모든 분야가 담겼으며, 사초·시정기·관청 기록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어 높은 신뢰도를 가진다. 한국사 연구의 기본 자료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기록문화의 정수다.
《의궤》는 조선 왕실에서 치른 의례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책으로, 왕의 결혼, 장례, 사신 접대 등의 절차가 문서와 그림으로 꼼꼼히 담겨 있어 예술적 가치도 높다. 행사 기획부터 참여 인원, 소요 비용까지 세세히 담긴 이 문서는 조선의 실용 행정 능력과 기록 정신을 증명한다. 조선의 정교한 행정문화와 기록윤리를 상징하는 대표 유산이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은 1983년 KBS가 진행한 생방송으로, 분단 이후 30년 넘게 헤어진 가족들이 서로를 찾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들었던 대규모 사회운동이었다. 방송은 138일간 총 4,189가족이 상봉하는 기적을 낳았고, 10만 건이 넘는 사연과 영상, 사진, 방송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기록은 냉전 시대 분단의 비극과 인간적 염원의 생생한 증거로, 단순한 미디어 콘텐츠를 넘어선 인류 보편적 아픔의 기록으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