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판매 25만 부, 연애소설의 걸작
동명의 영화 원작 소설, 일본 현지 연극 무대화
“이 흔한 세상에서 얼마든지 신선한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다니”
- 이와이 슌지(영화감독)
“이 책을 읽는 순간,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 싶어진다”
- 이치카와 다쿠지(소설가)
이렇게 괴로운 감정은 애초에 모르는 게 나았어!”
어리석고 풋풋한 청춘들의 대책 없는 러브스토리
표제작 〈모모세, 여기를 봐〉의 주인공 아이하라는 교실에서 희끄무레한 빛을 내뿜는 전구와 다름없는 존재다. 평범 이하의 외모에 성적이나 운동신경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데이트는 만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본 게 전부다. 그런 아이하라에게는 동경하는 선배가 있다. 생명의 은인이자 교내 최고의 인기남인 미야자키 슌. 어느 날 미야자키의 부름을 받고 도서실로 향한 아이하라는 뜻밖의 부탁을 받는다. 바로 미야자키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상대인 모모세와 위장 연애를 해달라는 것.
그렇게 아이하라와 모모세는 미야자키 선배를 위해 연인 행세를 시작한다. 복도에서 손을 잡거나 점심을 같이 먹고 하교도 함께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시종일관 티격태격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하라는 가슴이 답답해진다. 예전에는 혼자인 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모모세와의 추억 하나하나가 자신을 망쳐버리는 듯하다. 과연 두 사람은 위장 연애가 끝난 뒤에도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그건 뭐랄까, 슬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해”
누구나 지나온 다디달고 씁쓸한 첫사랑의 기억
《모모세, 여기를 봐》에 등장하는 네 편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애틋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중 〈해변에서〉는 바다에서 일어난 사고로 5년이나 의식이 없던 히메코와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고타로의 이야기다. 고타로는 오랜 잠에서 깨어난 히메코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히메코는 그의 감정이 죄책감일 거라고 여긴다.
〈양배추밭, 그 목소리〉에서는 한 복면 작가의 정체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교사임을 알게 된 주인공이 그 사실을 빌미로 선생님에게 접근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내 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 자신에게 한심함을 느끼고 견딜 수 없을 만큼 커진 마음의 크기에 열병을 앓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때때로 고통을 수반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서 더 큰 괴로움에 빠진다. 또 무언가 극적인 사건이 계기가 되어 진한 연애가 시작된다는 식의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다. 손끝이 오그라질 만큼 지나치게 뜨겁지 않은, 잔잔하게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결 같은 이야기가 우리의 기억 속 첫사랑을 불러일으킨다.
연애소설의 결을 바꾼 섬세한 시선
나카타 에이이치가 그려낸 가슴 뭉클한 성장
마지막 단편 〈고우메가 지나간다〉의 주인공 유즈키는 특출난 외모 탓에 따돌림을 당한 트라우마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그러다가 우연히 같은 반 남자애에게 맨얼굴을 들켜 얼결에 “걔는 내 동생”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여기까지는 연애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상투적인 상황이지만, 이 책은 주인공과 주인공이 마음에 둔 상대와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다. 유즈키는 고등학교에 와서 친구가 된 쓰치다와 마쓰시로에게도 맨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한다. 두 사람을 향한 마음은 연애 감정 따위가 아니지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사랑과 매한가지다. 또 알고 보니 두 사람도 유즈키를 배려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연애소설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관계의 형성과 변화를 섬세하게 조명하는 장르라면, 《모모세, 여기를 봐》는 타인과의 교류가 서툰 인물들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의 기쁨을 알아가고, 그 행복을 향해 변화하고자 하는 결심을 따라간다. 독자들은 서툴면서도 우직한 품성이 엿보이는 작품 속 인물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그들의 앞날에 귀한 경험만이 펼쳐지길 응원하게 된다. 하나같이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