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인은 행복하지 않은가?
2018년 고령사회의 문을 열었던 우리나라가 마침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3%에 달한다고 한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7년 만이다. 프랑스나 독일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40여 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초고령사회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일본조차 11년이 걸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단지 7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것이다.
이처럼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다수 노인은 행복하지 않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간하는 ‘2024 세계행복보고서’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52위이며, 그중 60세 이상 노인의 행복도는 그보다 낮은 59위다.
왜 대한민국 노인들은 행복하지 않은 걸까? 높은 노인 빈곤율, 부족한 복지 혜택 등 사회 인프라 문제와 함께 나이가 들면서 급격히 줄어든 소득, 신체기능의 쇠퇴, 사회적 고립 등이 노인의 삶을 행복하지 않게 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준비되지 않은 마음 상태에서 노년을 맞는 것도 한몫을 차지할 듯하다.
늙어 간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다른 사람이 늙는 것을 보면 늙는다는 게 무엇인지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되지만, 실제로 자신이 그 가운데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젊어서부터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노년에 들어선 사람도 앞으로 괴로운 일만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나이 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 주어진 노년을 어떻게 활용할지만 생각하면 된다.
나이 든다는 것은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현실이 된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생산성을 위주로 하는 삶의 가치를 정면으로 반대하면서 인간은 존재 자체로 가치 있다고 주장한다. 신체기능의 쇠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는 불가역적인 현상이지만 ‘나’는 존재 자체만으로 의미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돌봄’의 문제가 현실이 된다. 내가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 되든, 돌봄을 받는 사람이 되든 한다는 말이다. 특히 여러 가지 일을 하지 못하게 된 부모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진다. 더구나 그 길이 앞으로 내가 갈 길이 될 것 같아 더 피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지금 잃은 것이나 하지 못하게 된 일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의 기쁨에 공헌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나이 듦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인생 후반전이 즐거워진다
저자는 ‘오늘을 산다’라는 사실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강조한다. 앞날의 일을 걱정하는 것은 ‘지금, 여기’를 등한시한다는 뜻이다. 기분 나쁜 일, 쓰라린 기억도 있지만, 그래도 살아 있기에 기분 나쁜 일도 생기는 것이다.
나이 듦의 긍정적인 측면을 체감하려면 가슴 뛰는 도전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거창한 도전이 아니어도 괜찮다. 젊은 시절 어렵다고 느껴 책장 한쪽에 처박아 두었던 책 한 권 완독하기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 영어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해 여행을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도 좋다. 젊어서는 시간이 없어, 여유가 없어, 돈이 없어 하지 못했던 도전을 해 보자. 도전하는 의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상형의 나를 기준으로, 하지 못하는 것에 주목하지 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가산점을 주라는 말이다.
저자는 다른 사람의 평가나 승인을 바라지 말고, 자신과 부모의 과제를 정확하게 나눠 생각하며, 부모는 자신의 이상이나 요구를 채우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는 사실,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있는 그대로의 부모를, 그리고 나이 들어 가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존재하는 것,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어서, 성공과는 상관없이 이미 행복한 ‘존재’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에게 받아 온 것을 다음 세대에 돌려주어야 한다. 그 가운데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의 행복’을 꼭 전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