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최후의 불꽃이자 팜므파탈의 대명사 클레오파트라,
기존 사관에서 벗어난 색다른 그녀의 일대기를
영미문학계의 거장, 셰익스피어와 쇼의 작품으로 만나다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7세, 흔히 클레오파트라라 불리는 이 여인은 대중매체에서 팜므파탈적 매력을 지닌 동방의 절세미녀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남자를 홀린 요부, 권력을 탐해 나라를 망친 악녀 등 부정적인 이미지도 지니고 있다. 이렇게 기존에 기억되는 클레오파트라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의 클레오파트라를 구축한 두 극작가가 있으니, 그들은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조지 버나드 쇼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베니스의 상인』 등의 작품을 통해 우아하고 섬세한 필체로 인간의 감정과 내면에 충실한 희곡을 집필했고, 조지 버나드 쇼는 『사람과 초인』, 『피그말리온』, 『세인트 존』을 통해 현실적이면서 구체적인 희곡을 집필했고 그 덕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두 거장의 손에 집필된 클레오파트라의 사랑 이야기가 대중에게 와닿기를 바란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기원전 1세기 로마 공화정 시절, 로마의 실권자 안토니우스는 이집트에 있을 때, 부인 풀비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설상가상으로 섹스투스 폼페이우스가 바다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안토니우스와 같이 실권을 잡고 있던 옥타비우스는 힘을 합치기 위해, 누이 옥타비아와 안토니우스를 결혼시킨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를 잊지 못한 안토니우스는 이집트로 돌아가 로마 공화국을 그녀에게 분할하고자 하고, 이에 분개한 옥타비우스는 로마와 이집트의 운명을 가를 전쟁을 준비한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1607년에 처음 공연되었고, 고대 그리스 역사가인 플루타르코스의 전기를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2,000년 전 로마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며, 클레오파트라를 연인과의 감정과 욕망에 충실한 열정 있는 여인으로 그려낸다.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절, 이집트를 지배하던 파라오 클레오파트라는 스핑크스의 발 사이에서 어떤 남자를 만난다. 그녀는 자신이 만난 남자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로마의 카이사르가 무섭다고 밝힌다. 그의 정체를 알게 되자, 그녀는 두려워한다기보다, 안도감을 느낀 채 그의 품에 안긴다. 마침 카이사르는 이집트 왕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집트를 로마의 보호국으로 전락시킬 계획이었다. 공동 파라오였던 남동생과 실권을 다투던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르의 도움을 받아 이집트 전체를 지배하기로 결심한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1898년에 집필된 희곡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열정과 성장 이야기이다.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를 만나기 전, 공동 파라오였던 남동생과 권력 다툼을 하던 와중,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만나 진정한 파라오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역사에 중심을 두고, 상상력을 가미해 집필한 작품으로,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과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생생히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몰락한 왕조를 되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코이네 그리스어만 고집해 토착 이집트인과 마찰을 빚었던 선대 파라오들과 달리, 그녀는 이집트어와 그리스어 모두에 능통했고, 이를 활용해 본인이 이시스신의 재림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집트 백성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사실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미모 덕택만이 아닐 것이다. 그녀의 화술과 정치력, 지식, 무엇보다 로마 실권자들에게라도 기대서, 나라를 살리고자 하는 의무감 덕택일 것이다.
-김연수(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