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끝에 피어난 말들
그에게 닿기를 바라는 엄마의 시
어떤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마음속에 더 깊은 그림자를 남긴다. 『애도 일기』는 그런 깊은 슬픔의 시간을 꾹꾹 눌러 담은 기록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슬픔의 나열이나 고통의 토로가 아니다. 이 책은 ‘남겨진 자’가 세상과 다시 연결되기 위한 과정이며, 상실을 끌어안고 살아가기 위한 ‘마음의 연습’이다.
저자 안순종은 한 편 한 편, 시처럼 짧은 글들 안에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미처 전하지 못한 사랑을 눌러 담는다. 낙엽, 잠자리, 음악, 바람, 바다, 커피, 공연장 같은 일상의 풍경 속에서 떠난 이를 떠올리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 간다. 저자의 문장은 단정하고 섬세하지만, 감정은 결코 작지 않다. 조용한 말투 속에는 솟구치는 격정이 묻어난다.
『애도 일기』는 읽는 이에게 공감의 체온을 전한다. 가족을, 친구를, 누군가를 잃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의 언어에 조용히 기대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언어는 슬픔만을 담고 있지 않다. 상실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얻은 깨달음, 인간에 대한 연민, 그리고 삶의 새로운 의미가 곳곳에 빛처럼 번져 있다.
『애도 일기』는 단지 사적인 기록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가 자신과의 대화를 넘어,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타인을 향해 손을 내밀듯 적어 내려간 이 일기장은, 결국 ‘위로의 책’이 된다. 지금 이 시간, 마음 한편이 허전한 누군가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깊은 위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