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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 젖꼭지

공갈 젖꼭지

  • 이순자
  • |
  • 원더박스
  • |
  • 2025-06-05 출간
  • |
  • 54페이지
  • |
  • 215 X 268 X 10mm
  • |
  • ISBN 979119295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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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2022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를 쓴
이순자 작가의 쌍둥이 손녀 이야기

아기를 기르는 건 무척 힘든 일입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와 온종일 딱 붙어 있어야 하고, 수시로 안고 어르느라 손목이며 허리가 성할 날이 없고, 먹이고 닦아 주는 일만 해도 하루가 모자라고, 밤에 수시로 깨는 바람에 몸은 물 먹은 솜처럼 축… 그럼에도 몇 년이 지난 뒤 고되었던 기억보다 행복한 추억을 더 자주 떠올리게 되는 건, 그 시절의 어떤 경험들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2022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를 남긴 고 이순자 작가에게는 쌍둥이 손녀가 있습니다. 식구들이 ‘둥이’라 부르던 두 아이는 유독 서로를 잘 챙겼습니다. 갓난아기 때도 한 아이가 울면 다른 아이가 손을 꼬옥 잡아 주고 그랬대요.
그 시간 속의 어느 여름날, 열어 둔 창문 틈으로 들어온 모기에 아이들이 물렸습니다. 낮잠을 자다가 깬 아이들은 우앙~ 하고 울기 시작했죠. 공갈 젖꼭지를 물리기만 하면 울음을 뚝 그치는 아이들이어서 작가는 공갈 젖꼭지를 먼저 찾았습니다. 그런데 두 개 있어야 할 공갈 젖꼭지가 하나만 있는 거예요. 일단 하나를 동생에게 물린 작가는 다른 하나를 찾으러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사이 울음을 그친 동생은 우는 언니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내 마음을 굳힌 동생은 제 입에서 공갈 젖꼭지를 빼어 언니에게 쏙 물려 주었지요. 언니가 우는 게 보기 안쓰러웠나 봐요. 이 장면이 잠시 뒤 자리로 돌아오던 작가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작가의 마음은 기쁨으로 얼마나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을까요.

서로를 아끼는 두 아이의 다정한 마음이 오롯하게 담긴 책

늦은 나이에 문학의 길에 들어선 이순자 작가는 이 이야기를 ‘공갈 젖꼭지’라는 제목의 수필과 시로 남깁니다. 유고 문집으로 어른을 위한 두 권의 책을 남긴 작가는 생전에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특히 공갈 젖꼭지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 쌍둥이 손녀에게 선물하면 좋겠다고 했대요.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우연히 만난 편집자는 아이를 보며 잠 못 이루던 십여 년 전의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몇 달 전 저장해 두었던 블로그를 기억해 냅니다. 김혜정 작가의 솜털처럼 보드라운 동물 그림들을 말이죠. 그렇게 이순자 작가의 배시시 미소 짓게 만드는 글과 김혜정 작가의 따뜻한 그림이 만나, 서로를 아끼는 두 아이의 다정한 마음이 오롯하게 담긴 포근하고 안전한(심지어 모기까지 무사히 탈출하는) 그림책 『공갈 젖꼭지』가 태어났습니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쌍둥이 손녀에게 남긴 선물

『공갈 젖꼭지』는 글을 아낀 그림책입니다. 책 속 화자의 설명은 그림을 살리는 추임새로만 썼고, 실제 이야기를 더 잘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만 인물들의 대사를 절제해서 넣었습니다. 덕분에 여백이 많은 책이 되었고, 그 빈 구석으로 이야기가 품은 정서가 배어들었습니다. 책을 보는 분들이 각자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담을 공간도 넉넉해졌고요.
이 그림책을 받아 든,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쌍둥이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사랑스러운 두 손녀에게 남긴 선물을 들고 자매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우리가 정말 이랬다고?”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할지도 모르고, 할머니를 그리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지요. 분명한 것은, 할머니와 주고받은 사랑이 쌍둥이의 마음에 더 크게 자리 잡으리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둘이 얼마나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인지도 새삼 깨닫겠지요. 덕분에 앞으로 웬만한 일은 둘이서 너끈히 헤쳐 나가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사랑을 느끼며, 제 안에 있는 사랑을 거듭 확인하고 키우며.
이 책을 보며 우리 각자의 공갈 젖꼭지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어떤 이에게는 옛날 사진이, 다른 이에게는 오래전 일기장이 공갈 젖꼭지이겠지요. 자기만의 공갈 젖꼭지 이야기를 떠올린다면, 가족의 사랑과 우애의 기억이 주는 기쁨과 힘, 안도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공갈 젖꼭지」를 쓰면서 이순자 작가 스스로 느끼고 나누고자 한 것도 바로 그것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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