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 문학평론가의 서평 중 일부)
#1
부르지도 않았는데
총총걸음으로
봄을 따라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이름 모를 풀꽃
바람이 찾아와
볼을 쓰다듬으면
비비시 웃는 얼굴
보면 볼수록
작고 어여쁜 풀꽃
-「이름 모를 풀꽃」 전문
봄이면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우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 목련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합니다. 봄이 되면, 나무들 아래에서 자라는 여러 풀들도 제 각각 꽃을 피웁니다. 이들 역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합니다. 냉이, 꽃다지, 민들레, 장다리 등 가까이에서 자주 보아온 꽃들은 이름을 잘 압니다.
그렇지만, 들이나 산기슭에서 만나는 풀들은 이름을 모르는 꽃들도 많습니다. 이름이 없는 꽃이 아니라, 이름을 모르는 꽃들이어서, 그 꽃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던 시인이 「이름 모를 풀꽃」이라 동시 제목을 붙입니다. 김명동 선생님은 봄에 피는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그 이름을 잘 모르고 있음을 정직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집 제목에서는 작품 제목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이름 없는 풀꽃』으로 이름짓습니다.
우리가 이름을 모른다고 하여, 이름이 없는 꽃은 아닐 터입니다. 아주 희귀한 꽃은 이름이 없거나 알려지지 않아 새로 명명하기도 하지만, 우리 주변의 풀꽃은 대체로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 꽃들의 이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름 없는 풀꽃〉으로 부를 뿐입니다.
#2
긴 여름 한나절
하늘만 쳐다보시는
울아버지 한숨 한 바구니
갈기갈기 찢기는
거북등 논바닥에
검게 타는 아버지의 속마음
기다리다 지쳐
붉은 노을 쓸어안고
울 아버지 기침소리 속으로
어둠이 밀려옵니다.
-「다락논」 전문
어느 해 여름에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을 때가 있었던가 봅니다. 벼를 심어 가꾸는 논의 바닥이 바짝 말라 벼가 시들시들 말라가기 시작합니다. 벼(쌀이 되는 곡식)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고 우리 농민들이 많이 가꿉니다. 김명동 시인의 아버지께서도 벼농사를 지었던 분 같습니다. 〈울 아버지 한숨 한 바구니〉에서 가꾸는 벼가 말라 죽을까봐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바짝 마르면, 논의 흙이 갈라집니다. 옛날 어른들은 갈라진 틈이 거북이의 등 껍질 모양으로 보였던가 봅니다. 논에 물이 그렁하게 들어차 있어야 벼가 잘 자랄 텐데,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으니 농부이신 아버지의 속마음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검게 타는 아버지의 속마음〉이란 표현에서 우리는 농민의 안타까운 마음을 찾아내게 됩니다.
하루종일 비를 기다려도 비는 내리지 않고, 붉은 노을만 서쪽 하늘을 물들입니다. 그 노을을 쓸어안고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십니다. 소리내어 읽어보면, 〈(비를) 기다리다 지쳐/ 붉은 노을 쓸어안고/ 울 아버지 기침소리 속으로/ 어둠이 밀려옵니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표현은 시의 주체인 ‘어린 아들’이 ‘아버지의 근심스런 마음’을 찾아내어 빚어낸 작품으로 절묘한 감동을 생성하고 있습니다.
#3 - 김명동 선생님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분입니다. 오랜 기간 대전광역시에 정착하며 시를 창작한 분입니다. 대전광역시 동구문학회 회장으로 동인지를 발간하고, 시화전을 개최하였으며, 때로는 시낭송회도 개최하는 등 대전과 한국의 문학 발전에 기여한 분입니다.
동시집을 발간한 김명동 선생님은 유명한 아동문학가이신 고 박화목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으로 등단한 분입니다. 대전에서 살다가 고향 가까운 영동으로 이사하여, 영동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영동예총 회장으로 지역 예술발전에 기여하는 분입니다.
선생님의 동시집에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해 동시 창작에 심혈을 기울이는 분, 김명동 아동문학가의 순수한 동심을 공유하기 위하여, 독자들께 동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전체 작품의 감상을 권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