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씩 천천히 나를 만나는 ‘자기 공감’ 필사책
우리 공동체의 규칙이 무너졌다고 느낀 날, 정혜신 작가는『당신이 옳다』를 펼쳐 문장을 필사해 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손으로 쓴 문장들이 ‘거울’처럼 혼란한 마음 구석구석을 비추며 다시 나를 느끼게 해주었고, 삶을 단단하게 붙들어주었다. 이는 이미 널리 알려진 필사의 치유 효과이기도 하다. 필사는 감정을 돌보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일종의 ‘마음의 안정제’이다.
실제로 여러 위기와 혼란의 순간마다『당신이 옳다』를 읽고,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누고, 필사를 하며 나에게, 또다른 ‘나들’에게 더욱 집중한다는 독자들의 고백 또한 쏟아졌다.
그 마음에 눈맞추어 좀더 천천히 오래 책 속에 머물며 나와 타인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이 책을 구성했다. 공감과 경계의 115가지 지혜를 여섯 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독자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갈 수 있도록 묶었다.
치유자 정혜신과 상호작용하며 울고 웃는 회복의 시간
“분명한 게 답이 아니라 모호한 게 답이다. 자신을 불안하고 흔들리게 하는 질문들에 충분히 머물러라”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롯이 자신을 만나며 손으로 온몸으로 써내려갈 독자들을 깊이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해 마음을 묻고, 내용을 다듬고, 공감과 경계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치유 현장에서 리액션하듯 필사 문장 사이사이에 독자들의 마음을 ‘와락’ 보듬어주고, 감정과 생각이 차오르는 순간 다시 나를 돌아보는 질문을 건네고, 공감과 경계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치유의 편지를 띄운다.
이 책은 단순히 필사 에디션이 아니라 독자들 옆에서 저자가 함께 걸으며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치유의 책이기도 하다.
편집에서도 이러한 공감적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20세기 최고의 화가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실어, 읽고 쓰고 돌아보는 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또한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글을 써내려갈 수 있도록 사철양장제본 방식으로 책을 만들어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에 충분히 머물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일상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피폐해져간다. 저자는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틸 수 있는 힘은 공감과 연대에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일상이란 어떤 활동을 통해서 도달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영위하는 과정 자체라고 말한다. 치유의 가장 기본 단위인 일상 회복을 위해 저자는 다시 한번 ‘다정한 전사’가 되어 이 책에서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
마음이 허기질 때마다 이 책을 옆에 두고 밥 먹듯이 펼쳐보며, 읽고 써나가다 보면 불안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조금씩 일상을 회복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