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엄마의 집착과 학대, 아빠의 죽음, 오빠의 배신,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주연은 ‘학교 밖 청소년’이 되었다. 엄마의 계속되는 횡포를 견디다 못한 주연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끝내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온다. 주연은 마지막으로 유일한 지지자인 고모를 만나러 가는데, 예기치 않은 일에 휘말리며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 서울로 가는 기차에서 주연은 환상과 현실의 시간을 오가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고모가 운영하는 고시원에서 지내면서 조금씩 생기를 되찾지만,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사건을 겪게 된다.
시리즈 명: 우주나무 청소년문학
시리즈 도서: 1. 연필 한 자루가 있었다 2. 빌런은 바로 너 3. 오답 노트를 쓰는 시간
우주나무 청소년문학은 사려 깊은 삶의 지도를 그리는 데 실마리가 되려는 청춘의 문학입니다. 크고 강해서 사나워 보이나 순한 초식의 코뿔소처럼, 요동치는 마음에 공감과 위안, 버팀목이 되고, 열정 어린 눈에 즐거움과 기쁨을 더하고 싶습니다.
상처받은 영혼은 어떻게 치유되고 회복되는가.
편견, 학대, 따돌림으로 무너진 존재의 자기 구원 서사.
“무해함이 삶을 구할 거야.”
자기 파괴에서 자기 수용으로 나아가는 감동적인 여정.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위에
충만한 상징과 은유로 내면을 기록한 성장소설.
어디에나 있으나 눈에 띄지 않는 ‘김주연’들
김주연은 배제된 존재다. 편견이 있었고, 공격이 있었고, 따돌림이 있었다. 이해가 없었고, 보호가 없었고, 인정이 없었다. 섬처럼 고립된 주연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쓴다. 이른바 ‘존재감 접기’는 악의적인 시선과 무심한 발길질에 속절없이 당하는 자기를 지키려는 방어기제다. 그러나 지옥이 된 마음속엔 소외감, 불안, 정체성 혼란, 자살 충동이 일렁인다. 김주연은 소설 속 인물에 그치지 않는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감정을 모르지 않을 테고, 실제로 수많은 김주연이 도처에 있음을 우리는 안다. 그럼에도 김주연들이 눈에 띄지 않고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애써 외면하고 듣지 않고 관계 맺기를 꺼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묻히는 김주연의 이야기를 작가는 김주연에 빙의해 섬세하게 풀어놓는다.
무해함에 관하여: 존재감 접기에서 주체적 관계의 가능성으로
무해함은 주연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이다. 끊임없이 공격당하고 배제되는 상황에서도 주연은 타인을 할퀴거나 복수를 계획하지 않는다. 남을 해롭게 하지 않는다는 이러한 태도는 소극적 무해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부서지는 눈사람처럼 무기력하다는 것이다. 쉽게 공격 대상이 되고 언제 어디서 상처받을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로 주연이 그런 대상이고 피해자였다. 이런 소극적 무해함만으로는 삶을 온전히 영위하기 어렵기에 주연은 누군가 자신을 파괴하기 전에 스스로 자기 삶을 끝내려고 했던 것이다. 반전은 주연의 자기 긍정과 수용에서 일어난다. 상처투성이지만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 주연은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써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주연이 거울 앞에 서서 “구불구불한 머리칼이 자유를 찾아 한껏 부풀어 올랐다”고 하는 장면은 자기 수용의 아름다운 순간이다. 그렇게 방어기제로서의 무해함을 넘어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무해한 관계 맺기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나’를 찾아가는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여정
이 작품은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 다루지만, 문제를 폭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깊은 내면 탐구를 통한 자기 성찰에 공들인다. 주연의 독백과 심리 묘사, 시적인 은유와 상징은 탁월하다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해한 주연》은 절망의 늪에 빠져 살아갈 이유와 동력을 잃은 한 인물이 어떻게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지 그 고통스럽고도 아름다운 여정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주연은 죽고 싶었다.”는 말은 곧 “주연은 살고 싶었다.”와 양립한다. 이 단순하지만 강렬한 진실은 자기 파괴적 충동과 싸우는 모든 청소년에게 해당된다. 주연이 말한다. “엄마가 걱정하는 김주연의 모습이 아니라, 남이 기대하는 김주연의 모습이 아니라, 김주연이 생각하는 대로 김주연을 가꿔 볼 생각이다” 부디 모든 김주연들이 그러기를 바란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써가야 할 차례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하고 ‘좋아요’ 수로 가치가 매겨지는 시대에 《무해한 주연》은 진정한 자기 가치를 찾는 여정을 보여준다. SNS의 완벽한 이미지와 성공 스토리가 압도적으로 몰아치지만, 우리의 불완전함과 상처도 소중한 자아의 일부임을 일깨운다. 그리고 무해함이라는 키워드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치열한 자기 성찰을 통해 자기 파괴에서 자기 긍정으로, 무기력한 피해자에서 당당한 주체로 일어서는 주연의 성장 과정은 감동과 용기를 준다. 저마다 각자의 사정과 사연이 있겠지만, 서로 무해한 존재이길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경쟁과 공격성이 일상화된 시절에 우리가 맺는 관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배제된 존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깊은 인간 탐구로 감동을 주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역할이고 힘이라 하겠는데, 《무해한 주연》 이 작품이 그렇다. 독자 여러분, 우리의 주인공 김주연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써가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