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사고로, 태도로, 성적이라는 결과로
직접 이어지도록 하려면?
최근 몇 년간 교육시장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 ‘문해력’. 여기에 부응하며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책 좋아하는 아이’로 기르고자 애를 쓴다. 어릴 때부터 수십 권의 전집을 들이고, 시중의 베스트셀러를 빠짐없이 구입해 읽히고, 틈틈이 독서록도 쓰게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은 제자리에 머무른다. 책 많이 읽은 아이는 문해력이 높아지고, 좋은 성적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오랜 시간 초·중·고 학생들의 독서와 논술을 지도해온 저자는 ‘독서의 양과 성적은 별개의 문제’라고 잘라 말한다. 독서력은 양이 아니라 구조이며, 독서가 학습으로, 학습이 사고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독서의 구조’를 부모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해력은 많이 읽기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자라나지 않는다. 생각의 뼈대를 세워줄 적기의 질문, 문장의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는 훈련, 문단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연습이 없다면 독서는 단순한 활자 읽기에 그치고 만다. 이러한 읽기의 깊이와 속도는 아이의 성장 과정과 함께 천천히 자라나야 하며, 그 중요한 분기점이 바로 초3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초등 1, 2학년이 직관적 이해 중심의 단순한 읽기를 배운다면, 초3은 추상적·논리적 사고가 발달하며 한 차원 높은 학습이 시작되는 시기다. 아이의 읽기 방식과 생각의 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이 시기에, 부모는 아이의 독서 여정에 함께 발을 맞추며 필요한 부분을 적절히 자극하고 채워주어야 한다. 그럴 때 독서가 비소로 학습과 성적, 사고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 3학년의 시기를 놓치고 잘못된 독서 습관이 굳어지고 나면 이후에는 문제를 발견하기도, 바로잡기도 훨씬 더 어려워진다. 반복되는 좌절의 경험 속에서 공부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점점 벌어지는 성적 격차를 좁히기란 더더욱 힘들어진다. 반면에 이 시기를 잘 활용한다면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학업의 여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속도와 방향을 찾고, 조급함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탄탄한 기본기부터 술술 잘 읽히는 글쓰기 단계까지,
성적 격차를 만들어내는 4단계 독서 솔루션
이 책은 저자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유형의 아이들을 지도하고 이끌면서 완성한 4단계 독서 솔루션을 토대로 한다. 탄탄한 읽기 힘을 키우는 기본기 단계부터 잘 읽히는 정돈된 글쓰기를 다루는 마지막 단계까지 밟아가며, 부모가 아이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아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이 솔루션을 통해 아이들은 한 편의 글을 제대로 읽고 정리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깊이 있게 사유하고, 자기 생각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1단계는 본격적으로 읽기 힘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듣기 능력이 읽기와 어떻게 연결되
는지, 읽은 책에 대해 부모는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낯선 어휘를 문맥 속에서 파악하고, 능동적인 표현어휘력을 키워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표현하는 방법을 익힌다.
확장 단계인 2단계에서는 비문학책을 중심으로 책 속의 정보를 온전히 파악하고 추론하며 읽는 법을 안내한다. 초등 3~4학년 시기에 상당수 아이들이 비문학 읽기에 자신감을 잃고 학습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아이가 책을 건성으로 후루룩 읽는 경우라면, 솔루션 3단계를 참고하길 권한다. 문학의 흐름을 어떻게 따라가며 읽어야 하는지, 또한 좀처럼 친숙해지지 않는 설명문과 논설문까지, 다양한 종류의 글을 섬세하게 읽고 구조화하는 법을 설명한다.
독서력의 결정체인 쓰기는 4단계에서 다룬다. 잘 읽히는 정돈된 글쓰기와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퇴고까지 체계적으로 다룬다. 글쓰기가 막막한 아이들, 방향 없이 흩어지는 글을 쓰는 아이들도 자기 생각을 분명하고 쉽게 풀어낼 수 있다.
읽기에서 쓰기로 이어지는 과정 속의 섬세한 연결고리 가운데 어떤 부분을 어떻게 훈련하고 키워주어야 하는가는 아이들마다 다르다. 이 책은 아이의 사고 과정, 읽고 쓰는 방법과 태도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하도록 안내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4단계 솔루션을 차근차근 거쳐 독서력을 키워낸 아이들은 이후 외부 지문처럼 난도가 높은 글을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소화할 수 있으며, 여러 교과목 속의 흩어지고 끊어진 정보들을 하나로 엮어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공부 습관과 ‘성적 격차’가 만들어진다.
아이와 함께 읽고, 묻고, 답할 때
저마다의 속도에 따라 독서력이 자라난다
이 책은 11년간 아이들의 독서와 논술을 지도해온 저자의 경험을 한데 녹여,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다양하고도 현실적인 상담 사례를 담고 있다.
눈으로는 글을 줄줄 읽지만 머리로는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 글짓기를 할 때 단어와 문장을 의미 없이 길게 나열할 뿐, 의미 있는 글의 구조를 만들지 못하는 아이. 머릿속에 생각의 지도가 없어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고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
이처럼 걱정 어린 부모의 손에 이끌려 저자를 찾은 다양한 아이들의 사례를 보며, 우리 아이도 겪고 있는 문제를 떠올리고 대입해볼 수 있다.
이 책이 특별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단지 이론적인 설명이나 추상적인 조언에 그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실천해볼 수 있는 ‘제대로 읽고 쓰는 솔루션’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 당장 아이와 한 권의 책을 읽고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아이가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는지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아이의 생각과 시선을 이끌어 어떻게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도와줄 것인지, 또한 아이의 성향과 수준에 따라 어떤 책을 골라서 활용할 것인지를 각 장마다 세밀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성적이 올라가나요?”라는 질문에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하지만 그 반대의 답은 분명하다. ‘책을 제대로 읽지 않는 아이는 어느 순간 반드시 한계에 부딪힌다.’ 탄탄한 독서력을 갖출 때, 아이들은 이후 학업과 인생에서 만나는 어려운 과제들을 스스로 거뜬히 해낼 힘을 얻는다. 이것이 곧 성적 격차를 일궈내는 원동력이며, 삶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가 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그 힘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